은 아니고… 할아버지 감자튀김 뺏어먹은 썰
“감자튀김 좀 드실래요? 아.. 사실 제가…“
서브웨이에서 누군가 나에게 감자튀김을 건넨다면? 꽤나 당황스러웠을 거 같다.
감자튀김을 건넨 사람은 누구였을까? ‘나’였다.
당시에는 그게 이상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라는 생각보다는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먼저 주문하세요.”
줄을 서 계시는 할아버지가 말했다. 서브웨이에 있는 수많은 메뉴 중에 무엇을 고를지 생각하시는 듯했다.
“어떤 거 드릴까요?”
“로티세리 치킨에 허니오트 브래드 15센티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내가 주문한 샌드위치는 오븐에 들어갔다.
“웻지 세트로 주세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웻지 세트? 나도 웻지 먹을까? 지금 말해야 하나? 계산대에서 말하면 되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계산대로 가서 말했다.
“웻지 세트 가능할까요?”
직원 1은 옆에 있던 직원 2에게 무언가 물어보더니
“여기 있잖아 웻지“라는 말을 듣고
“네 웻지 세트요. 여기 있습니다.”하고 로티세리 샌드위치와 콜라 컵 그리고 웻지 감자가 담긴 트레이를 넘겼다.
나는 그것이 내가 시켰던 감자가 아닌 뒤에 할아버지가 시켰던 감자임을 알았다.
그렇지만 뭐 그들이 바로 감자를 이어서 오븐에 구울 것이라 생각했기에 앉아서 웻지 감자를 하나 포크로 집어 먹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계산을 마치셨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다시 직원 1이 있는 계산대로 오셨다.
“웻지 세트 시켰는데요?”
“웻지 세트는 얼마가 추가되는 데 시키실 건가요?”
“아, 아녜요. “
직원 2는 분명 할아버지가 웻지 감자 세트를 시킨 걸 알 텐데 그럼 지금이라도 다시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할아버지는 샌드위치를 따뜻한 커피와 함께 묵묵히 드시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직원 2에게 시켰던 감자가 나한테 와 있고, 주문했던 감자를 못 드시고 계신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혼자만 감자를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다. 괜스레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포크로 들었던 감자는 다 먹고, ‘어떻게 하지?’하고 생각하며 샌드위치를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거의 다 드셨을 때쯤 이내 결심하고 말을 건넸다.
“혹시 제 감자튀김 드실래요?”
나의 두 손엔 웻지 감자가 있는 바구니가 있었다.
“네?”
“아니 사실 제가 감자튀김을 나중에 주문했는데 아까 전에 주문하셨던 감자튀김이 저한테 온 거 같아서요. 제가 뺏어먹은 거 같기도 하고.. 죄송스러워서.. “
“하하 아녜요. 괜찮아요. 지금 배가 많이 찼어요. 양이 많아서..”
“앗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바구니와 함께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생각하던 걸 막상 실행하고 나니까 어이없는 웃음이 지어졌다.
‘생각해 보니 웃기네.. 너라면 먹겠냐..’라는 생각이 맴돌았고 할아버지는 얼마 안 있다가 문을 열고 나가셨다.
죄송스러운 마음을 좀 덜어내고 두 번째 웻지 감자를 먹으며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셨으려나..?”
쿠키세트와는 다르게 웻지 세트를 시킬 때는 처음부터 말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두 번 다신 웻지 플러팅을 하지 말 것.. ㅋㅋㅋㅋ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은 한국인 정서와는 안 맞는다… 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