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작은 나무가 있습니다.
부드럽고 촉촉한 흙 위에
햇빛을 받으며 팔을 뻗고
바람을 안으며 뿌리를 내립니다.
그렇게 작은 나무는 자랍니다.
어느 날 누군가 말합니다.
“예쁜 곳으로 옮겨 줄게.”
작은 나무는
예쁘고 단정한,
반짝이는 화분에 옮겨집니다.
화분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안녕?
나도 흙으로 만들어졌어.
우리 친하게 지내자.”
작은 나무는
조심스레 자리를 잡습니다.
비스듬히 기대어
천천히 뿌리를 내립니다.
그런데
뿌리 끝이 바닥에 닿습니다.
딱딱하고 좁은 벽.
작은 나무는 움찔하며
뿌리를 움츠립니다.
조금 더 뻗고 싶은데
나아갈 수 없습니다.
작은 나무는 알았습니다.
화분은 내려갈수록 좁아진다는 것을.
맘껏 자라려면
더 깊고 더 넓은 흙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쁜 것도 좋지만”
작은 나무는 가만히 생각합니다.
“위보다 아래가
넓은 화분은 없을까?”
그 질문은 바람을 타고 흙으로 퍼집니다.
흙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네가 숲이 되면 돼.”
* 꿈꾸는 나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화분에 있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숲이 되는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