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뜨거운 여름입니다.
철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얼굴에도 등에도 땀이 납니다.
“아이고 우리 철이, 덥지? 엄마가 수박 줄게.”
엄마가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냅니다.
시원하라고 반을 툭 잘라서 넣어 둔 수박입니다.
파란 껍질과 붉은 속살이 보기에 좋습니다.
붉은 살 속에 검은 씨들이 점점이 박혀 있습니다.
엄마가 숟가락 두 개를 가져옵니다.
철이와 엄마가 한 숟가락을 푹 떴는데 붉은 살에 모양이 생깁니다.
“와, 엄마... 이거 눈이다!”
철이는 얼른 코를 만듭니다.
숟가락으로 살짝 떴을 뿐인데 코가 됩니다.
엄마는 입을 만듭니다.
“수박이 웃는다.”
철이와 엄마는 숟가락을 들고 크게 웃습니다.
수박도 함박 웃습니다.
철이와 엄마는 입을 파먹기 시작합니다.
수박 입이 조금씩 커집니다.
숟가락이 지나갈 때마다 수박의 표정이 바뀝니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화도 냅니다.
철이는 숟가락을 놓습니다.
“더 먹지?”
엄마도 머뭇거리면서 말합니다.
“그냥... 지금이 제일 보기 좋아... 웃고 있잖아.”
엄마는 수박을 다시 냉장고에 넣습니다.
배가 부르자 철이는 시원한 돗자리에 눕습니다.
배를 툭툭 두드리자 파란 수박들이 불쑥 나타납니다.
수박 축제가 열렸습니다.
둥근 수박 머리들이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수박 하나가 웃으며 철이에게 다가옵니다.
“철이야 고마워!”
“왜?”
“날 웃게 해 주었잖아.”
어리둥절해하는 철이를 수박이 꼭 안아줍니다.
수박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습니다.
입에서 뛰쳐나온 수박씨가 붉은 노을 저편으로 떼 지어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