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너 이메일 알아?” 우편함이 물었어요.
“몰라. 그게 누군데?” 우편함 지붕에 앉아 있던 제비가 대답했어요.
“누구라니? 사람 아냐.”
“아 그래? 난 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어. 메리 동생 메일... 이름 좋은데. 크크크. 미안! 사실은 잘 몰라.” 제비가 웃으며 말했어요. 장난꾸러기 제비가 괜히 장난을 치는 거죠.
“다들 그러는데 굉장히 편리한 편지래. 종이에다 글을 써서 봉투에 넣어서 봉하고 겉표지에 주소 이름 쓰고 우표 붙이고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편지랑 다르대.”
“흠! 듣고 보니 편지라는 게 복잡하구나. 이메일이 그렇게 편리해?”
“응 그렇대. 종이나 연필이나 봉투나 우표도 필요 없고 손가락으로 탁하고 치면 곧장 간대. 순간이동.”
“순간이동? 와 멋지다. 우리도 남쪽으로 순간이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에 얍! 그게 사실이라면 다들 좋아하겠네. 요즘은 다들 편리한 것 찾잖아.”
“글쎄... 우린 이메일 때문에 슬퍼. 엄청 굶고 있거든. 옛날에는 매일 우릴 열어보고 닦아주고 사랑해 줬는데. 기쁜 소식, 슬픈 소식, 모든 소식이 우리 안에서 나왔잖아.”
“맞아. 날씨가 따뜻해져 이곳에 돌아오면 다들 참 반겨줬어. ‘와 제비다. 제비들이 돌아오면 좋은 소식이 날아들 징조야. 이제부턴 우편함 잘 살펴봐야지...’ 이렇게 말하곤 했지.”
“그래 맞아. 너희들이 돌아오면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릴 열어보고 편지를 기다렸으니까. 에여, 다 옛날 얘기다.”
“이메일 혼내줄까?”
“뭐? 치 그건 아니다. 그게 누군지도, 아참 뭔지도 모르잖아.”
“이름이 있으니까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내가 누구냐. 강남제비 아니냐. 크크크.”
“풋, 넌 진짜 모르는구나. 이메일은 눈에 안 보여. 유령 같아. 순간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그걸 어떻게 혼내 주냐?”
“크. 그냥 해본 소리야. 유령? 순간적? 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 친구는 똑똑해... 암튼 외롭겠다.”
“그래도 네가 있으니까...”
“우리야 뭐 항상 머무는 것도 아니고. 왔다 갔다 하는 철새일 뿐. 이메일처럼 순간이동은 아니지만... 추워지면 남쪽으로 날아가는 걸. 휴! 사실은 우리도 힘들어.”
제비가 한숨을 쉬었어요.
“정말? 푸른 하늘을 신나게 날면서 뭐가 힘들어. 멋져 보이는데.”
“그게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우린 처마에 집을 짓잖아. 요즘엔 아파트가 많아져서 마땅히 집 지을 데가 없어.”
“아 그러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누구나 힘든 구석이 있나 봐.”
“걱정이다. 우리 제비들이 자꾸 줄어들어서.”
제비는 약간 우울해졌지만 금방 생기를 되찾았어요.
“흠흠... 그럼 저번에 살던 사람들도 널 사용하지 않은 거야?”
제비가 헛기침을 하며 물었어요.
“응 한참 됐어. 그게 언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빈 집이 되고 나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벌써 꽤 됐다. 곰팡이가 피지는 않았는지. 문이 제대로 열리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 정도야! 그렇구나. 세상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우린 아니네.”
“제비야. 너 혹시...”
“혹시 뭐? 말해. 부탁할 거 있어?”
“너 집 지을 데가 없다며.”
“응. 한참을 찾아다녔는데 마땅한 데가 없어. 아파트나 개량주택은 집 짓기가 어렵고. 여기저기 계속 날아다녔더니 어깻죽지며 허리가 다 아프다.”
“그럼 나한테 져.”
“응? 뭐? 너한테? 깔깔깔... 아이고! 배꼽이야.”
“왜 웃어. 난 진지한데.”
“이거 봐. 네가 지붕도 있고 처마도 있긴 하지만... 너무 작아서 안 돼.”
“아니 그게 아니라...”
“제안은 고마운데 우리 아기가 살기엔 너무 작아.”
“내 안에 들어오면 안 될까?”
“안에? 아! 네 안에... 편지 들어가는 곳에?”
“응.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니까. 안전할 거야. 내가 잘 지켜줄게.”
“흠...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비도 막아주고, 햇볕도 가려주고, 바람도 막아줄게. 네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할 거야.”
“야호. 좋았어. 네 안에 집 지을게.”
“정말 잘 됐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번 여름은 심심하지 않겠네.”
산 아래 빈 집 우편함에 제비 부부가 살게 되었어요. 산 아래 흰 집은 오래전에 사람들이 이사한 뒤 빈집이 되었어요. 흰색으로 칠한 나무 벽과 지붕에 파란 이끼가 끼었어요. 마당 한쪽에 흐르던 실개천도 물이 말랐어요. 정원수의 가지들도 앙상해요. 저 멀리 산에는 푸른 나무들이 우거졌는데 아무도 살지 않는 흰 집은 어쩐지 처량한 느낌이에요.
하루는 집 앞에 차가 섰어요. 우편함은 매우 긴장했어요. 엄마 제비가 알을 낳았거든요. 제비 부부는 잠깐 외출을 하면서 우편함에게 알을 부탁했어요. 그런데 하필 그때 차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거예요. 어른 세 명과 아이 한 명이었어요.
“찬찬히 보세요. 안도 잘 살펴보시고요.” 부동산 아저씨가 말했어요.
어른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아이는 엄마 손을 놓고 실개천으로 뛰어갔어요.
“여보 괜찮을 거야. 차도 안 다니고. 안에서 잘 보이니까. 그냥 놔둬.” 아빠가 말했어요.
“괜찮겠지? 처음 보는 것들이라 신기한가 봐. 은수야. 울타리 안에서만 놀아라.” 엄마가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어요.
어른들은 아이를 놔두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이는 마른 실개천에 앉아 조약돌을 바라보았어요. 새 알 같은 하얀 조약돌이 햇살을 받아 반짝거려요. 아이는 조약돌 한 개를 문지른 다음 주머니에 넣었어요. 이번에는 잡초가 자란 정원을 거닐어요.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 속삭이고 아이의 귀밑을 간질여요. 숲에서 새소리가 들려요. 아이가 허리를 잔뜩 숙이고 잔디밭을 바라봤어요. 보이지 않던 개미들이 엄청 많네요. 아이는 쪼그려 앉아 개미 숫자를 세기 시작했어요. 개미들은 꼬불꼬불 줄지어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어요.
“어디로 가는 거야?”
마치 개미가 된 것처럼 아이는 잔디 속 개미들을 따라갔어요. 작은 돌 밑을 통과한 개미 무리는 가지가 죽죽 늘어진 능수버들을 지나 디딤돌을 지나가더니 울타리 쪽으로 움직였어요. 아이는 오리걸음으로 개미들이 그려놓은 검은 선을 열심히 따라갔어요. 작은 나무 울타리도 흰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요. 개미들은 울타리 틈새로 밖을 향했어요. 아이는 허리를 펴고 일어나 울타리를 붙잡고 바깥쪽을 바라봤어요. 울타리 너머 풀잎이 무성한 곳으로 개미들이 사라졌어요. ‘휴!’ 아이는 눈을 들어 울타리를 보다가 우편함을 발견했어요. ‘아 조그만 집!’ 하얀 우편함은 집하고 모양이 똑같아요. 엄마 아빠가 들어간 집처럼 낡고 허름한 우편함이에요. 아이의 시선이 머물자 우편함은 더욱 긴장이 됐어요. 아이가 다가올수록 숨쉬기조차 힘들어요. 아이는 아무런 생각 없이 우편함을 살짝 만졌어요.
“안 돼. 안 돼. 만지지 마. 그냥 놔둬...”
우편함은 눈을 질끈 감았어요. 아이는 망설이지 않고 우편함을 열였어요.
“와 알이다... 한 개... 이거 네 알이니?”
아이가 물었어요.
“아니 제비 알이야. 엄마 아빠 제비는 잠깐 나갔어.”
우편함은 쌀쌀맞게 굴었어요.
“만져 봐도 돼?”
“안 돼... 넌 사람이잖아. 사람이 만지면 좋지 않아.”
“응 그렇구나. 그럼 안 만질게.”
아이는 주머니 속의 조약돌을 만지작거렸어요.
“넌 어디서 왔어? 이 시골엔 뭐 하러?”
“응! 내가 아파서... 도시보다 시골이 좋대.”
“아 그래? 어디가 아픈데? 그냥 보기엔 아픈 것 같지 않은데?”
긴장이 풀어진 우편함은 아이를 이리저리 살펴봤어요. 아이가 빙그레 웃었어요.
“그럼 네 식구들 여기로 이사 오는 거야?”
“몰라 아직은... 집이 맘에 들면.”
“넌 맘에 들어?”
우편함은 살짝 아이가 맘에 들었어요.
“응 아주 맘에 들어. 정원도 좋고, 실개천도 좋고, 그리고... 너도 좋고... 네 안에 있는 알도 좋고... “
“누군가 이사 올 거라면 이 아이가 오면 좋겠네.”
기분이 좋아진 우편함은 생각했어요.
“한번 생각해 볼게요.”
엄마가 밖으로 나오면서 말했어요. 아이는 서둘러 우편함을 닫았어요.
“좀 낡긴 했어도 조금만 손보면 쓸 만할 겁니다. 여기 살던 사람들이 정성을 많이 들였지요. 정성을 들인 만큼 애착이 가는 거 아닙니까? 저기 보세요. 실개천도 물을 끌어다 직접 만든 거고요. 나무 한 그루, 돌 한 개... 다 정성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긴 한데... 아무튼 잘 봤습니다.”
“아이한테 좋을 겁니다. 공기 좋죠. 자연이 바로 코앞에 있죠. 그렇다고 너무 외딴곳도 아니죠. 유치원이 가까이 있어요. 비가 오면 실개천에 물이 흘러요.”
“아 예... 그렇겠네요.”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이는 엄마에게 다가가 가만히 손을 잡았어요. 아이는 엄마를 정원으로 이끌더니 엄마에게 매달려 원을 그려요.
“어머 얘는... 왜 그러니? 어지럽다. 호호호 어지러워. 그만, 은수야 그만, 호호호...”
원 그리기를 멈춘 아이가 이번에는 엄마 허리를 꼭 껴안았어요.
“참나... 우리 은수가 왜 이러지? 기분이 좋은가 봐.”
엄마가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말했어요.
“여보, 자기 잠깐 차 안에 가 있어. 이야기 마저 끝내고 갈게.”
아빠가 말했어요.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작은 문을 열고 나왔어요.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 하얀 집을 바라봤어요. 아이는 우편함을 보며 미소를 지었어요.
“여보 어떻게 할까?”
아빠가 잠시 후 차 안으로 들어왔어요.
“참 이상하네. 우리 은수 말이야. 이 집이 맘에 드나 봐.”
“그러게. 당신은 어때?”
“글쎄... 좀 낡았어.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나도 그게 좀 맘에 걸려. 집도 집이지만 정원도 손댈 곳이 많아.” 아빠가 말했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우리가 집을 지으면 안 될까?” 엄마가 말했어요.
그때 갑자기 아이가 두 손으로 좌석을 마구 두드렸어요.
“은수야 왜 그래?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래 알았다 알았어. 휴... 이 집이 정말 맘에 든 거니?”
아빠가 정색하며 묻자 아이는 고개를 여러 번 크게 끄덕였어요.
“은수가 좋다는데... 고민되네. 은수 때문에 이사하려는 거잖아!”
“은수야 이 집이 맘에 들어?” 엄마가 다시 물었고 아이는 빙그레 웃었어요.
흰 지붕에 앉은 햇살이 새 떼처럼 반짝였어요.
“이해할 수 없네. 은수가 좋아하다니. 많이 낡았구먼.”
아빠가 시동을 걸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여보, 오늘 선생님이 그러는데, 은수 그림이 달라졌대. 이것 좀 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퇴근하는 아빠에게 엽서처럼 생긴 작은 그림을 보여주었어요. 그림 속에는 파란 숲을 배경으로 흰 집이 서 있어요. 파란 하늘에 구름이 흐르고 해님도 있어요. 집 안에 큰 새 두 마리, 작은 새 한 마리가 그려 있어요.
“집 속에 새라... 이게 뭐지?”
“선생님 얘기가 큰 새는 우리고 작은 새는 은수라는데. 우리 가족을 표현한 거래. 이렇게 집하고 우리 가족 셋을 그린 것은 은수가 굉장히 안정되었다는 뜻 이래... 그리고 이 집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글쎄... 음 눈에 익는데... 아 알았다. 지난주에 갔던 집. 숲으로 둘러싸인 흰...”
“난 당장 알아보겠던데. 무던하기는 참. 그때 그 집이야. 은수가 맘에 든다고 한 집...”
“그렇네. 숲도 그렇고 집 모양이 비슷하네. 그런데 왜 우리가 새야? 그것도 집 안에. 보통 새들은 밖에 있거나 날아다니잖아?”
“나도 그게 궁금해. 집 안의 새가 무슨 의미일까? 선생님 얘기가 이 집은 우리 집이면서 새집이기도 하다는데.”
“허허 그런가? 그걸 듯하네.”
“그래서 여보 생각해 봤는데, 이 집 다시 한번 가 볼까?”
“좀 낡아서... 아직 안 나갔을까?”
“부동산에 전화해 봤는데 아직 안 나갔어. 일주일 밖에 안 됐고... 솔직히 그렇게 욕심나는 집은 아니잖아. 은수가 그림까지 그린 집이라면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 손 보고 다듬고 하면 금방 정이 들 수도.”
“그럴까? 내일 가 봅시다.”
이사를 하면 어른들은 할 일이 많아요. 짐 정리하랴 청소하랴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아이는 뒷짐을 지고 잔디도 밟아보고 나무도 만져보고 팔을 뻗어 바람도 느껴 봐요. 어른들이 안에 들어간 사이 아이는 우편함한테 갔어요.
“잘 지냈니?” 아이가 물었어요.
“아니...” 우편함이 쓸쓸하게 말했어요.
“왜? 그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응 그게... 제비가 떠났어.”
“벌써? 아직 떠날 때가 안 됐잖아.”
“휴... 얘기하자면 길어.” 우편함은 한숨을 쉬었어요.
“왜 그래?” 아이가 물었어요.
“궁금하면 내 안을 들여다봐.”
아이는 우편함을 열었어요. 알이 그대로 있네요.
“엄마 아빠가 떠났다며? 버림받은 거야?”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요.
“정성껏 보살폈는데 부화가 되질 않아서... 결국 포기하고, 떠났어. 그 알 한 개도 정말 힘들게 얻었는데.”
“저런... ” 아이는 마음이 뭉클해져요.
“알이 썩으면 냄새난다고, 버리겠다고 했지만 내가 떼를 써서 놔둔 거야. 요즘 참 이상하지? 의학이 발달했다지만 아픈 사람은 더 많아지고. 인공부화만 하다 보니 자연부화는 더욱 힘들어지고...”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아무튼 그렇게 됐어.”
아이는 입술을 깨물면서 그냥 그대로 서 있어요.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집 안으로 사라졌어요.
“이상하네. 쓰레기통이 분명히 있었는데, 어디로 갔지? 당장 필요한데.”
“잘 찾아봐. 짐 속 어딘가에 있을 거야.”
“다 뒤져봤어. 여기 넣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는데. 이상하네.”
엄마와 아빠는 짐을 정리하면서 쓰레기통을 찾았어요.
“일단은 그냥 봉지 쓰고 나중에 찾지 뭐.”
엄마가 쓰레기통을 발견한 것은 중국집에서 배달이 왔을 때에요.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가 나자 화장실을 청소하던 엄마는 고무장갑을 벗고 밖으로 나갔어요.
“어머, 쓰레기통이 여기 있네.”
엄마는 우편함 아래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을 발견했어요. 쓰레기통 옆에 은수가 그린 새 그림이 붙어있어요.
“아니 얘는 하필 그림을 여기다가... 아! 편지를 여기에 넣으라는 건가?”
쓰레기통을 집으려던 엄마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을 멈췄어요. 그리고 낡은 우편함을 열었어요.
“아!...” 엄마는 짧은소리를 내며 황급히 우편함을 닫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챙기면서 엄마는 조용히 아빠를 불렀어요.
“여보, 여보... 잠깐 이리 좀 와 봐.”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일은 아니고. 이것 좀 봐.”
엄마는 아빠를 살짝 밖으로 불러내 하얀 우편함을 가리켰어요.
“우편함? 왜? 없애 버릴까? 어! 쓰레기통이...”
“그러게, 한번 열어봐.”
아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편함을 열었어요. 아! 우편함 속에는 흰 바탕에 검은 점들이 박혀 있는 새알이 두 개 들어 있어요.
“이게 뭐지? 알이잖아.”
“잘 살펴봐.” 엄마가 말했어요.
“잠깐... 이거 새알 맞지? 한 개는 맞는데 다른 건 조약돌이잖아?”
“아! 그래서 편지를 여기다가...”
두 사람은 말없이 쓰레기통을 바라보았어요.
갑자기 큰 바람이 휙 불더니 정원 전체가 흔들려요. 나무며 풀들이 일제히 흔들려요.
그때 어디선가 제비 소리가 요란해요.
“짹 짹 짹 짹 짹”
갑자기 쓰레기통 옆 그림이 움직이기 시작해요.
그림 속 새들이 날개를 펄럭여요.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그림 속 새들이 마구마구 푸드덕거리며 날갯짓을 해요.
그러자 우편함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올라요.
“푸드덕”
우편함이 활짝 열리며 작은 새 한 마리가 서투르게 날갯짓을 해요.
작은 새는 그림 속 새들과 함께 날개를 펄럭이더니 때마침 불어오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요. 새들은 은수네 집을 여러 번 돌더니 하늘 저편으로 멀리멀리 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