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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

by 인산

붉은 길, 다홍치마 깔아 놓은 듯

우리 누나 울며 시집가던 길

연지 곤지 흩날린 길

진달래 붉은 향기 뿌려 놓은 길


달빛에 이고 가던

고춧가루 벚꽃처럼 흩날린 길


곡하던 여인들 흰 적삼 붉게 적시고

흰 상여 붉게 물들인 길


어린 내 발바닥에

피멍이 들도록 걷던 길


그 붉은 흔적들

핏빛 얼룩져 황톳길이 되었나


충혈된 눈으로 술 냄새 풍기며

입가에 핏자국 남기며 선짓국 마실 때


껍질 벗은 뱀이런가

마른땅에 꿈틀대는 지렁이런가


내 어린 시절의 꿈

구불거리는 황톳길에서 잠자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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