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붉은 길, 다홍치마 깔아 놓은 듯
우리 누나 울며 시집가던 길
연지 곤지 흩날린 길
진달래 붉은 향기 뿌려 놓은 길
달빛에 이고 가던
고춧가루 벚꽃처럼 흩날린 길
곡하던 여인들 흰 적삼 붉게 적시고
흰 상여 붉게 물들인 길
어린 내 발바닥에
피멍이 들도록 걷던 길
그 붉은 흔적들
핏빛 얼룩져 황톳길이 되었나
충혈된 눈으로 술 냄새 풍기며
입가에 핏자국 남기며 선짓국 마실 때
껍질 벗은 뱀이런가
마른땅에 꿈틀대는 지렁이런가
내 어린 시절의 꿈
구불거리는 황톳길에서 잠자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