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반복되는 현재가 기억으로 쌓인다
모든 현재는 지나가는 흔적일 뿐
기억 속의 편린일 뿐
기억에 없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 창고에 저장된 말들
입 밖으로 뛰쳐나오는 현재들
나는 기억을 말하지만
말은 나를 조롱한다
실은 기억이 나를 말한다
‘좋아’가 입안에 맴돌지만
‘싫어’가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기억들이 경쟁하듯 싸운다
나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아니다 아니다
기억 없는 허수아비가
오히려 진실을 말한다
<곰팡이 빵(정인어린이 7)> 출간작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꽃밭 가꾸듯 글을 씁니다. 재미있는 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