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붉디붉은 석양에 물든 듯
줄그은 운동장에 쌓이는 아이들의 함성
폭죽처럼 터지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
나방처럼 날아드는 비행선들
화성인의 침입
학교는 불타고 있는가
책상과 걸상, 책과 공책, 연필과 삼각자
사라진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청소하지 않아도 깨끗한 학교가 된다.
비행선 쇳소리 귓가에 쟁쟁거리고
탁탁거리는 불쏘시개
음악 시간에 심벌즈 치듯
미술 시간에 붓 놀리듯
학교 가지 않겠다고 떼쓰던 아이
넓은 운동장에 혼자 서 있던 아이
비행선 따라 화성 가야지
불탄 자리에 새싹 돋을 즈음
화성 말을 할 수 있을 거야.
안녕, 안녕, 안녕
꼬리처럼 흔들어대는 불꽃을 따라
성냥 손에 쥐고 하늘로 유영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