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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Sep 25. 2024

공부 못 해서 중소기업 가면 어떡해요?

지금 10대에게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검색 엔진이다. 당연히 유튜브라는 매체가 주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영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건 아닌가 한다.


오늘은 현장에서 느끼는, 

유튜브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아이들은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작은 사람이다. 뭐든지 스펀지처럼 받아들인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미래는 "사회인"이자 "직업인"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관심사는 나중에 어떤 학과에 갈까, 어떤 직업을 가질까 하는 것들이다. 그 작은 머리에서 톡톡 튀어 오르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가 그 호기심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다. 특히 유튜브에 뜨는 직장에 대한 콘텐츠들의 영향이 강력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 관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소통이 안 되는 꼰대, 무능한 상사, 적은 월급 등을 소재로 중소기업을 희화화한 콘텐츠들이다. 


사실 이런 콘텐츠는 직장을 다녀 본 사람들에게는 그저 웃긴 코미디 영상이다. 일부 단점을 과장하여 표현한 부분이 많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떨까. 꽤 많은 아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걸 실제로 두려워한다. 중소기업에 가면 인간답지 못한 대우를 받고 말도 안 되게 적은 보수를 받고 소통이 되지 않는 무능한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 못 해서 중소기업 가면 어떡해요?" 


난 이 질문을 듣고 가슴이 덜컹했다. 어른들에겐 우스꽝스러운 콘텐츠들이 아이들에겐 다큐멘터리였고, 그중 몇몇 아이들에겐 중소기업이 두려움의 대상, 패배자들의 집합소가 되어 있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인기 있는 콘텐츠들과 유사한 콘텐츠들을 끌어올린다. 즉, 중소기업의 단점을 희화화한 영상이 인기라면 그와 관련된 영상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결국 아이들은 "불균형"한 시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건 대학 입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재수하면 90% 망한다", "반수가 망하는 이유", "영어 유치원 안 다녔으면 1등급 못 받는다"와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진다. 이미 수능을 본 지 한참 지난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조회수를 끌기 위한 영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제목 한 줄 한 줄이 어떤 아이들에겐 "포기할 이유"가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아이들은 부정의 말들에 갇히게 된다. 부정의 말을 상쇄할 긍정의 말은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를 이기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많은 어른들이 유튜브의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한 마디 한 마디를 아이들에게 건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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