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보이는 세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몽땅 내 이야기 였다. 젠장....
금사빠도 금사빠 나름이겠지만, 내 그린라이트는 내 열등감을 채우고자 할 때 켜진다.
재혼 회사의 첫 번째 소개팅에서 after를 못 받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전 남편의 썸 타는 설레는 기분이 나를 유독 불편하게 했다.
'나라고 그깟 연애 못 할 거 같아?'
모두 내 열등감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운동을 좋아한다. 모든 것을 열심히 한다.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난다.
잘 생긴 건 아닌데, 작은 키인 나를 덮을 만큼의 체격이 좋다. 남자답다.
단순하다. 다소 과한 듯 다정스럽다. 때때로 '욱'하는 성질을 부린다.
'분노조절장애' 정도만큼 성질을 부린 적도 있다. 예컨대, 화가 났다고 스마트폰을 던진 정도...?!
그 싸움 후에는 내가 먼저 늘 달래주었다. 나는 그 성질을 다 받아 준다.
술을 못 마시지만 좋아한다. 즉흥적이다.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 줄 것 같다.
결론은 내게 충분히 매.력. 적.이.다!
대략 이런 남자였다. 내 전 남편은.
그래서 나는 이런 남자와 반대되는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실패한 내 결혼의 원인이 '전 남편인 그'에게 있음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내가 끌리는 사람들은 '전 남편'과 비슷한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다.
비슷한 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애써 부인하고 싶었지만 나의 사랑은 자존감을 채우려는 도구였다.
쉽게 기대하고 쉽게 무너지고,
가볍게 흔들리고 또 깊이 빠진다.
'얼마나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길래, 산들바람에도 흔들릴까?'
알고 보니 나는 전형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반면에, 전 남편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내 낮은 자존감은 그로 인해서 채워졌다. 그렇게 내가 성장했다.
이혼 후 5년 정도를 그는 내게 '재혼'에 대해서 강력하게 어필했다.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는 술을 먹고 주정을 부리기도 했다.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펑펑 내 앞에서 울기도 했다.
때로는 화를 내면서 '이혼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폭언 아닌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답은 한결 같았다.
절대 안 돼! 모르겠어? 우리가 재혼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감당할 수 있어?
그렇게 내 곁에 늘 맴도는 그가 어느 날부턴가 더는 사랑을 구하지 않았다.
매몰찬 나의 거부 앞에서 그는 마음을 점점 닫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이 한결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오만과 착각의 기대는 보기 좋게 무너졌다.
그가 새로운 사랑을 찾기 시작할 때쯤, 나는 못 마시는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그의 연애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
나는 아쉬운 대로 나를 예쁘다고 하고, 사귀자고 들이대는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기꺼이 내어주기 시작했다.
아무렴 어때. 나는 금사빠니까.
나이도 상관없고, 직업도 그다지 중요치 않다.
이미 그는 내 곁에서 떠나가고 있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면 그 다음은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