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촌부 Jul 04. 2023

못난 아빠의 딸 자랑

                              곰살맞은 막내딸



"아빠 ~ 나 퇴근하는데.. 뭐 필요한 거 없쑤~~? "

결혼 전 막내딸 녀석이 퇴근하면서 카톡으로 자주 보냈던 내용입니다.


요즘은 잔소리 카톡을 자주 보내곤 합니다.

삼시세끼 잘 챙기라는 둥.. 술 줄이라는 둥..

걱정을 하지 말라고 가끔 상차림 사진을 보내면 하는 말이..

'아빠, 밥상이 온통 풀밭이네요 ~'


아닌데??  멸치도 있구먼....




집에 생활용품이 떨어지면, 알아서 사다가 채워주는 곰살맞은 막둥이입니다.

그런 막내딸 녀석 중학교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제게 성적표를 내미는데.. 눈물을 뚝 뚝??

중간 정도는 하겠지.. 하면서 성적표를 보니..

아~ 삼등입니다.. 뒤에서.. 휴~~


우는 아이 눈물을 닦아 주면서..

한 배에서 태어난 자매가 어쩜 저리도 다룰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 3  때는 담임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전문대도 힘들다고..  

막둥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뭘 하고 싶냐고..

대답이 요리사가 꿈이라고 해서 요리 학원에 보냈습니다.


책만 보면 졸던 아이가 한식, 양식 자격증을 따더니 

다행히(?)  원하던 학과에 합격을 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일을 하는 막둥이를 보면, 정말 아비의 입장에서는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합니다.


큰 아이는 똑 부러지는 성격에 자기애(自己愛)가 강하고, 좀 냉정한 편입니다.

묵묵하게 장녀 역할도 하면서, 한 번 세운 계획은 밀고 나가고 고집도 센 편입니다.  

반면에 막둥이는 대인관계 폭도 넓고 성격도 원만한 편입니다.

애교도 많고, 친구도 많고, 저를 닮아서 잠도 많고..


그러고 보면 저는 정말 멍청한 아비입니다.

막둥이의 감춰진 재능과 열정을 알아보지도 못한 못난 아비가 맞습니다.


머리가 뛰어나게 명석한 편은 아니지만,  늘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막둥이를 보면..

이 시대가 부여하는 모든 가치관념의 기준이나, 잡다한 일반상식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이전글 진정한 태양초는 없다고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