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전구의 용도는?
모처럼 마트에 갔다가 모락모락 김이 나는 호빵을 보고 한 봉지 사 왔습니다.
간식으로 호빵을 먹던 중 슬며시 유년 시절 어머님께서 만들어 주셨던 앙꼬 없는 찐빵이 떠올랐습니다.
참으로 먹거리가 빈곤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간식이라는 말조차 빈곤했던 시절이지요.
뭐 재미없는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우리는 일상에서 항상 곁에 있는 물건들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늘 있으려니.. 하는 생각 때문일까요?
물건만 사라지진 않더군요.
할머니의 다듬이 방망이 소리도..
이동 이발소의 불결한 이발기 덕분에 땜통이란 별명을 가진 친구 머리통도..
엿장수 아저씨의 철커덕철커덕 가위 소리도
여름이면 아이스 께끼 파는 아저씨의 힘없는 목소리도~~
....
초등학생 시절
방학 때 이천 시골에 가면 그 당시에도 호롱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새마을 운동 덕분에 도로가 정비가 되고 전기가 들어오면서 호롱불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백열전구가 차지하더군요.
청년 시절 포장마차의 "카바이드 등" 도 생각납니다.
그때는 용접용 카바이통이 터지는 사건이 참 많았습니다.
사춘기의 소년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유발하던 청계천의 홍등가 불 빛
왕십리 골목마다 각 집에서 흘러나오던 웃음소리가 담긴 불 빛
타르를 덕지덕지 바른 전봇대의 불 빛 모두가 그리운 요즘입니다.
그리고 수명을 다 한 백열전구의 뛰어난 재생용도는 어머니께서 양말 뒤꿈치를 꿰매는데 아주 유용했지요.
어린 저는 어머니 옆에서 그 전구 불빛 아래서 내복을 뒤집어 이를 잡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모두 이런 아련한 추억을 공유하고 기억하는 분 들입니다.
이는 " 초라한 기억 " 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아름다운 기억은 아닐까요?
또 무엇이 사라져 갈까요?
인심도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전철을 타면 자리양보를 하던 인심도..
운전 중 끼여 들면 손을 들던 감사의 표현도..
이사 오면 떡을 돌리던 인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