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참맛은 떠남에 있다. 떠남의 목적지를 정하든 정하지 않든 떠남이란 말에는 가슴을 두근거리는 설렘과 낭만이 자리한다. 아침마다 밥벌이를 위해 집을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유랑이다.
오늘이란 빛바랜 현실은 누군가에게 빚진 것도 없는데 늘 쫓기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에 정답과 오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얼마나 진솔하게 다가갔느냐에 따라 결과만 달라질 뿐이다.
삶이란 철학을 알게 되는 것도 자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서다. 그 길에서 때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지금 자신이 가는 길이 정녕 원해서 가는 것인가’하는 도돌이표를 던진다.
삶은 오롯이 집과 직장만을 오고 가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가끔은 삶의 활력과 의미를 규정짓기 위해 산이나 바닷가를 찾아가서 마음을 달래거나 낯선 바람에 부딪쳐 봐야 한다.
몸으로 부딪쳐 가는 현실에 ‘삶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법률처럼 규정해 놓은 것은 없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떠남의 글을 한 곳에 모아 보니 여행지에서 겪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어떤 날은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하고 다른 날은 가족이 다쳐서 어쩔 수 없이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컴퓨터 파일에 모인 글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가족과 낯선 곳을 찾아 돌아다녔던 시간과 동료와 산이나 바닷가를 찾아갔던 은빛 추억들이 생각난다. 일상에서 떠남은 삶을 맛있고 멋있게 요리하는 조미료다.
아마도 그런 조미료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직장을 떠나 사회인이 되었지만, 뒤늦게 떠남을 즐겼던 시절의 추억을 되돌아보니 새삼스럽다.
그런 추억이 하나둘 모여 직장과 가족생활에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가족과 동료와 떠남을 즐겼던 마음의 조각을 읽어볼 때마다 가족과 동료의 보이지 않는 따스한 숨결을 느끼게 된다.
여행이나 일상은 언제나 떠난 자리로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그리고 떠남과 되돌아옴에는 늘 여운이 남고 감정의 희비가 교차한다. 떠날 때는 즐거움이 상승하지만 돌아올 때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그러고 보니 여행이나 일상에는 떠남도 되돌아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를 다녀와도 생의 시계추는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돌아간다. 사회인 되자 떠남에 대한 기대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금은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이 예전만은 못하다. 그나마 직장을 다니던 때가 떠남을 더 간절하고 절실하게 원했던 것 같다.
오늘도 어딘가로 목적지를 정해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젊고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아무쪼록 여행이든 일상이든 여유로움을 즐기며 떠남의 참맛을 맛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