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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Apr 28. 2023

코알라를 만나다

뉴질랜드 남섬의 크라이스처치에서 호주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바다 위를 날아가는 중이다.


뉴질랜드에서 보낸 5일간의 여정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단체여행은 일정에 따라 버스에 몸을 맡기고 기계처럼 움직여야만 한다. 


일행을 따라다니다 보니 피로가 쌓였고 피로감도 높아졌다. 뉴질랜드에서 보낸 여행의 순간순간 모두를 기억할 수는 없다. 단지 틈틈이 기록해 둔 메모를 들춰보며 그때그때 느꼈던 순간의 감정을 맛볼 뿐이다.


오늘은 호주 시드니로 가기 위해 아침 4시에 일어났다. 낯선 곳에 가야 한다는 설렘과 기대와 이튿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감에 잠을 좀 설쳤다. 


지난밤에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더니 몸이 몹시 피곤하다. 이번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군대처럼 행군을 다닌 기분이 든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몸은 한없이 늘어져만 간다.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에서 호주 시드니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도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도 몸에 익숙해져 간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호주 시드니까지는 비행기로 약 3시간이 걸린다. 09:30분이다.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날아가면서 시차 조정을 위해 3시간을 앞으로 돌리니 12:30분이다. 


그러자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날아온 비행시간이 허공으로 고스란히 사라졌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밟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오늘은 아침부터 여행이 지루하고 짜증이 나고 더디기만 하다. 그간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는 몸이 그다지 지치지 않았는데 생애 처음 찾아온 호주 시드니는 입국에 대한 인상과 느낌이 그리 썩 좋지는 않다. 


뉴질랜드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온 관광객을 이렇게 맞이하다니. 호주에 대한 첫 이미지와 인상이 별로다. 시드니 공항에서 오랜 시간 입국과 세관검사를 마치고 일행과 버스에 올랐다. 


뉴질랜드나 호주나 동식물에 대한 검역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가이드가 버스에 올라와 자신을 소개하더니 곧바로 호주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호주는 바다가 융기한 대륙이란다. 버스에 앉아 호주 시드니 시내를 바라보며 가는데 도시적 냄새와 한국에서 생활하며 보아왔던 익숙한 것들이 시야로 들어온다. 


가이드가 점심을 먹기 전에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시드니 시내에 소재한 동물원으로 안내했다. 호주에서 유명한 코알라 등을 볼 수 있는 동물원이다.


일행과 동물원에 도착해서 구경하는데 가이드가 코알라의 특성을 말해준다. 코알라는 원래 사나운 동물이란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좋아하는데 나뭇잎에 알코올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알코올 성분을 먹은 코알라가 종일토록 잠만 자는 모습을 보고 행동이 느리고 게으른 동물로 보이는 것이란다. 


코알라는 관광객이 찾아와도 반겨주지 않고 나무에 웅크리고 앉아 잠만 잔다. 마치 호주의 첫인상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에서 코알라, 캥거루, 에뮤, 웜뱃 등 희귀 동물을 관람한 뒤 버스에 올랐다. 


지난밤에 잠을 설친 탓에 몸이 피곤하고 아침부터 시드니 공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더니 일행들도 동물원을 대충대충 구경하고 만다. 


피곤한 몸에 무언가를 충천해야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 같다. 가이드가 일행의 배고픔과 허기를 눈치챘는지 버스를 되돌려 점심 식사 장소로 안내했다.


호주의 첫인상은 뉴질랜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뉴질랜드는 사람과 차가 없는 근원적인 색채와 냄새가 강하고, 호주는 무언가 산만하고 배척하는 듯한 도시적 인상이 강하다. 시드니의 하늘은 약간 흐릿하다.


호주에서 만난 가이드의 목소리는 성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좀 굵다. 목소리가 굵으면 잔정이 없다고 하는데 가이드의 성격이 어떤지 궁금하다. 


아침부터 시차로 고생하고 정오가 넘도록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으니 일행도 배가 고프지 않았을까. 이곳으로 오면서 생긴 시차와 식사 시간을 놓쳐버리자 몸에서 기운이 더 빠져나갔다.     


뉴질랜드처럼 호주 시드니에서도 가이드는 변함없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일행을 안내한다. 넓은 정원이 딸린 식당에서 일행과 점심을 먹으며 호주 돈 10불짜리 한국산 ‘소주’를 시켜 한 잔 마시고 나자 기운이 솟는다.


몸에 알코올 기운이 들어가자 생기가 돌고 식욕도 솟고 마이너스 에너지가 플러스로 작용하면서 몸의 열도 상승한다. 우리가 식사하고 있는 옆 테이블에도 한국에서 온 다른 관광객이 들어왔다.


그들도 우리처럼 배가 고픈지 자리에 앉자마자 식당 주인에게 밥을 빨리 달라고 외쳐댄다. 잠시 후 주문한 식사가 나오자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게걸스럽다.


일행과 늦은 점심을 먹고 식당 밖 정원에 나와 의자에 앉아 시드니의 뜨거운 여름 태양 볕을 쪼였다.


정원에는 주인이 기르는 토끼가 토끼장에서 놀고 있었다. 토끼장에 다가가 놀고 있는 토끼를 향해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오는 동안 쌓인 피곤함과 공항 입국의 지루함을 풀과 함께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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