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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Apr 02. 2024

하노이 공항의 눈물

공항은 비행기를 통해 낯선 세상의 사람들과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곳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설렘의 만남이 있다면 다음에는 슬픈 이별이 오고 그 이별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린다.


공항에는 늘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고 가지만 그중에 아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 오늘도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는 이별의 눈물을 뿌리며 헤어지는 연인과 그리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공존한다.


결혼이란 낯선 사람과 인연을 맺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인생의 출발점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을 하는 동영상을 즐겨보고 있다.


결혼은 국내 사람과 하든 국외 사람과 하던 두 이성 간 만남에서 출발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남이란 인연이 없다면 아무리 잘 생긴 남자도 아무리 예쁜 여성도 결혼이란 문턱을 넘을 수가 없다.


국제결혼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 남성은 베트남 여성의 밝은 모습과 순수함을 좋아하는 것 같고, 베트남 여성은 한국 남성의 착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사정과 사연이 깔려 있을 것이다. 국제결혼을 동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영상에 나오는 한국 남성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을 붙잡고 그 연유를 물어보고 싶지만 그들이 내 앞에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에서 얼마나 여자를 만나기가 어려웠으면 외국에 사는 여성과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베트남에 사는 여성은 베트남 남성과 얼마나 결혼하기 싫었으면 한국 남성을 선택해서 결혼하게 되었을까.


이것저것 궁금한 점은 많은데 동영상을 보면서 그 이유와 연유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국제결혼이 좋다 나쁘다 하는 느낌을 떠나서 그 안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할 것이다.


각 커플들마다 저마다의 짝이 존재하듯이 한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은 모두가 다르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잘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잘 생긴 기준을 어디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남자나 여자나 첫인상은 중요하다. 자기의 기준에서 잘 생긴 남자면 되고 멋지고 아름다운 여인이면 대체로 만족하는 것 같다.


사람에게 콩깍지를 씌었다는 표현은 그래서 나온 것일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잘생긴 것 같지 않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지 않는데도 당사자 입장에서 잘 생겼다고 느끼면 만남을 갖고 서서히 인연으로 이어진다.


국제결혼 과정에는 일정한 패턴이 엿보인다. 화상 채팅을 통해 소개를 받고 카톡으로  두 달간 교재를 하다가 어느 정도 마음에 들면 남자가 베트남을 찾아와서 만남과 데이트를 갖고 마음이 굳어지면 신부집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약혼식을 하는 수순이다.


물론 약혼식 전에 두 사람의 신상명세에 대한 확인과 정신 감정과 건강한 지 병원까지 가서 검사를 받는다. 국제결혼은 솔직히 우리나라의 맞선 문화보다 더 절차가 까다롭고 엄격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결혼할 때 신상을 적은 명세서를 검증받은 적도 없고 건강진단서나 정신 감정까지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업체는 강도 높은 신상명세와 건강함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고 결혼을 알선하고 주선한다.


그리고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이 약혼식을 마쳤다고 바로 한국에 들어와서 결혼하는 것도 아니다. 부부로 정해지면 베트남 여성은 기숙사에 들어가 같은 여성들끼리 단체생활을 하면서 한국어와 요리를 배운다.


그런 절차와 진행 과정을 바라보면서 국제결혼은 엄격한 검증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두 나라의 언어나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언어나 문화를 숙지해야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과정 없이 외국에서 곧바로 한국에 들어와 부부생활을 이어 간다면 언어나 문화 차이로 인해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단체생활까지 감내하며 국제결혼에 나선다.


게다가 좀 놀라운 것은 둘이 결혼한 후에도 주선업체에서 결혼생활을 관리해 주는 점이다. 서로 간에 언어로 인한 오해나 문화 차이로 생길 수 있는 간극을 줄여주고자 주선업체가 개입해서 해결해 준다.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중개업체는 여럿이다. 주선업체 간 경쟁심도 있고 자신들이 주선한 부부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혼의 사후관리도 해 주는 것 같다. 그를 통해 업체 홍보도 하고 얼마나 많은 부부를 배출했는지 실적과 성과도 가늠할 수가 있다.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을 만나기 위해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서 상대 여성을 만나 며칠간 데이트를 하고 약혼식 후 다시 하노이 공항에 와서 헤어질 때 베트남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며칠 동안 한국 남성과 베트남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정이 든 것인지 아니면 정이 많은 한국 남자와 헤어지는 것이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베트남 여성이 눈물을 흘리면 한국 남성은 어쩌지를 못한다.


공항에서 연인이 헤어질 때면 이선희의 '인연'이란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라는 구성진 노래가 베트남 여성의 눈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렇게 이선희의 '인연'이란 노래를 듣노라면 하노이 공항에서 연을 맺은 부부가 헤어지기 서럽다며 한국 남성의 품에 안겨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베트남 여인의 가녀린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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