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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겸 산책

by 이상역

강동구 길동에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높지 않은 구봉산과 승상산(성삼봉)이 솟아있고, 길동을 기준으로 동쪽은 상일동이 서쪽은 천호동이 남쪽은 둔촌동이 북쪽은 명일동이 자리한다.


구봉산은 길동과 명일동을 구분 짓고 승상산은 길동과 상일동을 구분 짓는다. 그리고 구봉산과 승상산 사이에는 동광로가 경계를 가르고 승상산과 일자산은 천호대로가 경계를 가른다.


길동이란 지명은 마을이 강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물난리나 산사태 등 천재지변이 없어 길하다는 뜻과 마을 모양이 나뭇가지처럼 길다 하여 '기리울'이란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 이름이 살기 좋고 길한 곳이든 나뭇가지처럼 길게 형성된 곳이든 따지고 보면 길동도 전국의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정주하여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아침에 등산 겸 운동을 가기 위해 터벅터벅 길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생태공원 옆 상일동 방면 천호대로 변을 따라 걷다 가구공장 앞에서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아침부터 건물을 짓는 인부들이 떠들썩하게 작업을 하는 소리를 들으며 지나가자 주몽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학교를 바라보고 걷다 대림빌라 맞은편 등산로 입구에서 승상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승상산 지명에 대한 유래는 잘 모르지만 해발 104m 높이라 가볍게 등산하기는 좋다. 등산로 입구는 잣나무 숲이 우거진 구릉지대이고 산 정상 근처는 잣나무 숲이 우거진 비탈길이다.


산 정상을 바라보며 올라가는데 호흡이 가파르고 숨이 턱턱 막혀서 두어 번 쉬고 오르자 바로 정상이 나왔다. 승상산 정상에는 나무판에 해발 104m라고 적은 표지판만 오도카니 서 있다.


산이 높지 않아 정상에서 호흡을 크게 한번 가다듬고 건너편 봉우리를 향해 걸어갔다. 승상산은 봉우리가 세 개로 이루어졌다.


길동에서 동쪽인 상일동 방면에서 올라가면 첫 봉우리가 정상이고 다음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국가의 측량 기준점으로 삼는 삼각점을 세워 둔 봉우리가 나오고 마지막은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봉우리다.


산 정상을 지나 두 번째 봉우리에 도착하자 측량의 기준점으로 삼는 삼각점을 세워 놓은 삼각대가 바라보였다. 그 봉우리에 올라가 표지판에 적어 놓은 글을 읽고 마지막 봉우리를 향해 걸어갔다.


승상산을 등산하는 도중에 간간이 숲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 손에 등산용 지팡이를 들고 가서 무서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해서 스트레칭 겸 체조를 하고 산을 내려왔다.


승상산은 집에서 출발해서 약 한 시간이면 마지막 봉우리에 이른다. 승상산을 내려와 구봉산에 오르기 위해 고덕 방향의 동남로 길로 걷다가 신호를 받고 다시 내려와 실내테니스장 입구에서 구봉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구봉산은 승상산에 비해 낮지만 봉우리 하나에 세 개의 언덕을 품고 있다. 그 산을 올라가자 나와 같이 운동하는 아저씨와 아주머니 몇 분이 운동 겸 산책을 하고 있었다.


승상산을 등산할 때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는데 구봉산에 들어서자 운동하러 나온 사람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구봉산은 얕은 언덕에 맨발로 걷는 곳이 있어 아주머니들이 많이 나와 걷는다.


승상산과 구봉산에는 참나무가 많이 자란다. 참나무가 많다는 것은 따뜻한 양지이고 토양이 황토흙으로 구성된 육산이란 의미다. 참나무 외에 소나무나 밤나무가 약간씩 자라지만 대부분이 참나무다.


아침에 승상산과 구봉산을 등산 겸 산책을 하고 나자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고 걸음걸이 수도 근 만보가 되었다. 오늘은 이곳에 이사 와서 처음으로 승상산과 구봉산을 등산 겸 산책으로 완주해 보았다.


내가 거주하는 곳 주변에 얕은 산이나마 두 개나 있으니 등산 겸 산책하기에 수월하다. 두 산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걷든 두 개를 선택해서 걷든 산책할 수 있는 산이 그나마 존재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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