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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by 이상역

'아 진짜'라는 말의 쓰임새는 말투와 표정과 상황 등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것을 알았을 때도 "아, 진짜?", 속상할 때도 "아.. 진짜...", 화가 날 때도 "아 진짜!" 등등으로 표현한다.


이 말은 어떤 대사나 장황한 설명이나 세심한 묘사가 필요 없다. 현재의 상황이나 사람의 표정에서 이 한마디만 내뱉으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요즈음 딸네집으로 손주를 보러 다닌다. 그런데 지난주에 갔더니 손주가 갑자기 '아 진짜'란 말을 어줍게 해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손주는 맘마를 먹일 때 싫거나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아 진짜"라고 말한다.


누군가 이 말을 가르쳐주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 진짜"라는 말을 할 때마다 웃는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깔깔깔"대며 웃어주니 손주는 그런 상황이 재미가 있는지 "아 진짜"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


아마도 딸이 손주가 맘마를 먹일 때 거부하거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릴 때 속상해서 "아.. 진짜..."라고 몇 번 말하는 것을 보고 손주가 따라 하는 것 같다.


이번 주에 딸네집에 손주를 보러 갔더니 손주가 이제는 수시로 "아 진짜"라고 내뱉는다. 그리고 맘마를 먹일 때 거부하거나 장난감을 갖고 노는데 반 강제로 제지하거나 자기를 안아주지 않을 때마다 "아 진짜", "아 진짜"라고 외쳐댄다.


아이들 앞에서 말을 가려서 하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제 십구 개월 차에 들어선 손주가 "아 진짜"라고 말할 때마다 겉으로 웃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아 진짜"란 말을 상황에 맞도록 유도해야 할까 고민이다.


아직은 "엄마", "아빠", "하부지", "하머니" 밖에 하지 못하는 손주가 "아 진짜"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기특해해야 하나. "아 진짜"란 말보다 "할아버지", "할머니"나 제대로 불러주었으면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지금이야 손주가 "아 진짜"란 말의 의미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자라면 상황에 맞게 사용할 것이다. 손주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을 듣는 것이다.


이제 손주가 말을 막 배우기 시작했으니 말이나 행동에 주의하고 조심해야 한다.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말과 행동을 보고 손주가 그대로 따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아직은 손주가 주변 상황과 단어의 의미를 모르고 "아 진짜", "아 진짜"를 외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차츰차츰 줄어들 것이다.


아이를 올바르게 자라도록 양육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것저것 재어보고 오롯이 미래를 바라보며 가기도 부족한데. 갑자기 손주 앞에 "아 진짜"라는 말이 나타나 성장을 방해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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