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밤보다 까만 곳을 알지. 밤보다 어두운 곳 말이야. 밤바다 보다 더 까만 그곳은 조금의 빛도 들지 않지. 별빛 하나 없고, 초승달조차 뜨지 않지. 어떤 창문도 빛을 내지 않아. 암막 커튼을 친다고 해도 이보다 더 까맣고 어두울 순 없지. 마음을 들여다보면 심연의 숨겨놓은 어둠 속에도 반딧불 하나 정도는 있겠지만 이 까만 곳은 결코 반딧불조차 날아들 수 없어. 마음이 지옥을 걷고 있다 해도 더 이상 기댈 곳 없이 지쳐있다고 해도 혹시 모를 기대가 그 마음 안에서 작은 촛불을 켜 둘 테지. 깊은 새벽,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누군가는 아침이 오길 기다리며 지구 반대쪽에 있는 해의 조그마한 부스러기를 발견할 거야.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을 알지. 가장 까만 밤보다 더 까만 그곳. 길을 발견할 수도 없고 손을 더듬어 찾아낼 수도 없는 그곳. 땅속 깊은 곳을 파고 들어가 입구를 막아버리면 어떠냐고? 어느새 어둠은 눈에 익고, 빛이 없는 그 땅속에서 빛나는 무엇인가를 찾게 될 거야. 희망 같은 것 말이야. 내가 아는 그곳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 언제나 너의 곁에 있고 나의 곁에 있지. 가본 적도 있고 돌아온 적도 있을 거야. 때때로 아니 수시로 우리는 그 까만 곳에서 마음이 흔들리지. 꼭 가보고 싶다면 가르쳐 줄게. 눈을 감아봐. 절대 눈을 뜨면 안 돼. 자, 지금 우리는 그곳에 있어. 눈 한 번 감아버리면 만나는 그곳. 까만 그곳.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모든 불의를 모른척하는 바로 그곳. 네 눈에 보이는 잘못된 것을 외면하고 모른 척한다면 너는 밤보다 까만 그곳에서 살게 될 거야.
‘안개의 규칙’ 연재가 끝났습니다. 연재소설을 읽어줄 분들이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좋아요 표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힘으로 행복하게 연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