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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Oct 27. 2022

발 없는 새

브라질 원주민 형제가 연주한 ‘maria elena’ 기타 연주를 들으며 나는 가본 적도 없는 브라질을 상상했다. 끝없는 야자나무의 초록색이라든가 숲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들, 낮게 날아가는 새를 따라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 떠올랐다. 기타 멜로디에 취해 새가 되어 야자나무 위를 날아가는 상상도 했다. 아비처럼 말이다.


기타 협주곡 ‘maria elena’는 영화 아비정전의 테마곡이다.  장국영이라는 배우의 작품들을 여행하다 끝에서 만난  영화가 바로 아비정전이다. 나는 아비의 삶에 빠져들었다. 아비가 수리진에게 보여준 시계를 나도 같이 보았고, 그 1분은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1분이 되어버렸다.


1분은 수리진에게 끝없는 그리움의 시작점이다. 그 1분은 아비에게도 마지막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1분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1분이 있다. 그리움의 시작점. 돌이킬 수 없는 순간. 함께했지만 이젠 만날 수 없어서 그리워지는 사람. 그렇게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지 않고 살 방법은 없다.

새는 무엇을 그리워할까?

먹이를 찾아서 끝없이 이어진 도시 위를 날다가 운 좋게 먹이를 낚아챈 후, 새는 쉴 곳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행에 지쳐 날개를 접고 나뭇가지에 발을 걸쳤을 때, 새는 끊임없이 그리워할 것이다. 초록의 숲 위를 바람처럼 흐르던 자신을. 푸른 창공에서 바다를 건너던 모습을. 인간을 내려다보며 쏜살같이 스쳐가던 순간을.




하지만 발 없는 새는 나뭇가지를 그리워한다. 모든 순간을 바람 속에서 하늘 위에서 보낸 새는 잠시 내려앉아 쉴 수 있는 그 순간을 꿈꾸고 그리워한다.


영화에서 아비(장국영)가 말한다.

‘발 없는 새는 죽어서야 땅에 내려앉는다.’

그 말처럼 장국영은 살았고 죽었다. 4월 1일 홍콩의 만다린 호텔에서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땅으로 내려왔다. 그에겐 발이 없었나 보다.


새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 날개만 있다면 끝없이 이어진 초록의 정글 숲을 날아갈 수도 있다. 낮게 강물 위를 날며 물보라를 일으킬 수도 있다. 꽤 멋진 비행으로 나무 끝을 치고 올라가 구름 위를 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이다.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며 잠시 쉴 수 있는 나뭇가지가 필요하다. 하늘을 꿈꾸고, 멋진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다시 한번 힘차게 날아볼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나뭇가지다. 그래서 새에게는 떨어져 내리지 않기 위해 나뭇가지를 꽉 쥐고 날개를 접을 수 있는 발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하늘이 있다. 각자의 날개가 있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발도 있어야 한다. 나에게 발은 가족이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다 보면, 난 다시 하늘을 날고 싶어 진다.


두 발로 꽉 움켜쥔 나뭇가지에서 별을 바라보다가, 하늘을 그리워하고, 숲을 그리워한다. 다시 날고 싶고, 바다를 건너고 싶어 진다. 그렇게 날다 보면 그리워진다. 돌이킬 수 없는 1분이.


사랑은 움켜쥔 나뭇가지처럼 날 수 없게 했다가,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살아갈 힘이 되어 언제든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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