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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Apr 15. 2024

틈 사이에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이

하늘이면 좋겠어요


창문 틈도 좋고

시장 천막 튿어진 틈도 좋아요

찢겨진 현수막 틈이든

나뭇가지 사이 틈이든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면

그걸로 좋아요


시간은 흐르는 걸요

속절없이 떠나거든요

닳고 해지면

찢겨질 수밖에요

나는 이쪽으로

그대는 그쪽으로

조금씩 벌어질 수밖에요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헤어진 연인

해어진 가족

틈 사이로 보이는 모든 추억이

흑백으로 소멸해가도


어느 날 펼쳤을 때 보이는 것들

푸른 하늘이면 좋겠어요


포슬한 눈꽃이 내리고

빗방울이 톡톡 두들기고

진한 노을로 불타더라도

그 틈 사이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있음을

잊지 않는다면 괜찮아요


나와 나 사이

내가 꾸었던 꿈과 꿈 사이사이

벌어진 내 마음 틈 사이에


파란 하늘이 보인다면

하얀 구름이

자유롭게 흐른다면


저는 그걸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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