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이
하늘이면 좋겠어요
창문 틈도 좋고
시장 천막 튿어진 틈도 좋아요
찢겨진 현수막 틈이든
나뭇가지 사이 틈이든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면
그걸로 좋아요
시간은 흐르는 걸요
속절없이 떠나거든요
닳고 해지면
찢겨질 수밖에요
나는 이쪽으로
그대는 그쪽으로
조금씩 벌어질 수밖에요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헤어진 연인
해어진 가족
틈 사이로 보이는 모든 추억이
흑백으로 소멸해가도
어느 날 펼쳤을 때 보이는 것들
푸른 하늘이면 좋겠어요
포슬한 눈꽃이 내리고
빗방울이 톡톡 두들기고
진한 노을로 불타더라도
그 틈 사이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있음을
잊지 않는다면 괜찮아요
나와 나 사이
내가 꾸었던 꿈과 꿈 사이사이
벌어진 내 마음 틈 사이에
파란 하늘이 보인다면
하얀 구름이
자유롭게 흐른다면
저는 그걸로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