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발

by 김사과

두 발이 늘 축축하다

늪을 건너온 발은

늪에 익숙해서

매끈한 대리석이 너무 무섭다


늪에 잠식되지 않으려

빼기만 한 발은

싱그런 잔디 위를 아직 도망 다니고

한 발을 뗄 때마다

신발에 덕지덕지 붙은 흙이

그림자처럼 떨어져

초대받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문 앞에 서있다


우아한 춤을 추는 사람들

달콤한 말들과

달콤한 발들이

분주히 멈추지 않는다.

멈춰있는 것은 오직

축축한 발


겨우 서있는 아스팔트 녹아

찐득한 타르 덩어리 되면

검은 늪으로 끌려 들어가면


녹아내릴까

타들어갈까

깊이

손도 닿지 않는 깊이로

가라앉다가

그대로 화석이 될까


발을 아무리 문질러 봐도

이 축축한 발로

춤을 출 수도 없고

카펫을 더럽힐까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렇게 반짝이는 유리 위

두 발이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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