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하늘을 차지한 만큼
땅 속을 가득 차지한다.
위로 위로 오르는 만큼
아래로 세상을 만든다.
행성의 폭발로 만들어진 별
폭발을 하며 생을 마감하고
달에게 끌려갔던 만큼의 물
다시 밀려와 차오른다.
뜨거운 빛에 증발된 바닷물이
차가운 비로 떨어지고
미친 듯이 뛴 운동장
바퀴 수만큼 땀을 흘린다
사자가 가젤을 잡기 위해 내달렸던
그 속도만큼 흙먼지가 나무를 덮고
꿈꾸었던
그리하여 쏟아붓고 기다리던
시간만큼의 거리가 있어야 이별한다.
너에게 간 거리만큼
돌아와야 하고
너에게 준 마음만큼
아파야 하고
너를 알고 싶어 했던 만큼
나를 알게 된다
나무는
모두 떠나보낸 겨울
잎과 꽃과 열매가 없기에
자기 자신이다.
나무는
캄캄한 땅속으로 내린 뿌리만큼
잎과 꽃과 열매를 만들기에
자기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