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에 줄 하나가 매달려있다.
현수막을 걸었던 하얀 노끈
짧지 않은 1미터
손이 닿지 않는 공중에
축 늘어져 있다가
바람이 먼지 가득한 골목을 지날 때
바다뱀처럼 흔들린다.
고요한 조류를 거슬러
산호섬을 향하는 바다뱀
그 얼룩의 매끄러운 자만심
빛나는 태양을 가르는
부드러운 자유이고 싶지만
줄은 매달려 있다.
제 의지로 놓지 못하는
이젠 잊혀진 노끈
꽉 쥔 것을 풀어낼 힘도 없고
더 이상 묶일 일이 없어질까
떨어지는 것이 두려운
줄 위로 빛이 떨어지면
푸른 산호빛 물결 위로
햇빛의 굴절이 만드는 오로라
시간이 흐르지 않는
빛 그물에 걸린 오랜 산호들 위로
물결에 몸을 맡기고
산호섬으로 헤엄치는 바다뱀의
그 허영이고 싶은데
매달린 줄은
전깃줄을 꽉 잡고
그저 잠시 파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