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줄

by 김사과

아직 비어있어요

채울 수가 없네요


슬픔은 전염될까 봐

기쁨은 착각일까 봐


어렵게

한 줄을 채워보고 겁을 먹어요

누군가 싫어할 것 같아요


두 줄을 쓰고 읽어요

읽은 줄을 또 읽어요

누군가는 싫어할 것만 같아요


꺼내놓은 글자들이

볼품없을까 봐

자세히 들여다보기 싫어요

자꾸만 타인이 돼요


세 번째 줄은 쓸 수가 없어요

그 누군가가 나인 것 같아요

나를 사랑해주는 유일한 내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썼던 두 줄을 지워요


그래서

아직 빈 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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