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다

by 김사과



그냥 산다.

늘 있던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늙어가고

죽어간다.


늘 보던 것을 보고

늘 하던 일을 하고

아는 것을 먹고

아는 사람에게 인사한다.


요요가 된다.

멀어졌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설명이 필요한 날은 없다.

남겨지는 장면은

지나간 것들뿐이다.

지나간 것의 진동은

발을 멈추게도 한다.

얼어붙고

주먹을 쥔다.

입 안에서 욕이

커졌다 작아진다.


진동은 파도가 된다.

밀려왔다

밀려간다.

너울대며 반짝인다.


마침표를 찍지 않은 문장은

두고서 떠날 수 없다.

맞춤법이 틀린 문장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돈다.


그러니 그냥 산다.

먹고

일하고

잔다.


때때로

요요가 되어

눈이 부시던 날들로 멀리 날아간다.



keyword
이전 14화일인용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