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은 그냥 빨강
나는 그냥 나
내가 나를 내가 아니라고 하면
모래 위에 써놓은 이름을 파도가 훑고 가는 것
답을 아는 질문에 도돌이표를 붙이는 것
하늘은 그냥 하늘
비가 와도
구름으로 가득 차도
낮에도 밤에도
하늘은 여전히 하늘
내가 나를 내가 아니라고 하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드는 것
돌아올 수 없는 차원 속에서
답을 아는 질문 속에서
지치고 지칠 때까지
계속 들여다보며
빨갛지 않다고 하면
빨간 게 아닐 수도 있다고 하면
그건 빨강 아닌 파랑
나는 그냥 나
답은 이미 알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