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by 김사과

흐르는 강물에

초록이 녹아 흘러가고

녹아내린 초록은 다시

뿌리로 스몄던가


초록비가 내리고

초록은 다시

초록의 열매로

초록의 돌로

초록의 벌레로

초록의 반짝임으로

아마


푸드덕 날갯짓 소리와 함께

먼 구름이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리 떠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이른 아침의 고요함 속

들리는 목소리였던가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시장 속 새장 속 새

해바라기씨와 수돗물

닭 튀기는 기름 냄새

비닐 차양은 빛을 가리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니


흉내 낼 수 있는 건

다가오는 발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시장 속 새장 속 새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말을 잃은 건지

잊은 건지 말을

날개를 빼앗긴 걸까

하늘을 빼앗긴 걸까

시장 속 새장 속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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