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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May 20. 2022

앵무새

흐르는 강물에

초록이 녹아 흘러가고

녹아내린 초록은 다시

뿌리로 스몄던가


초록비가 내리고

초록은 다시

초록의 열매로

초록의 돌로

초록의 벌레로

초록의 반짝임으로

아마


푸드덕 날갯짓 소리와 함께

먼 구름이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리 떠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이른 아침의 고요함 속

들리는 목소리였던가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시장 속 새장 속 새

해바라기씨와 수돗물

닭 튀기는 기름 냄새

비닐 차양은 빛을 가리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니


흉내 낼 수 있는 건

다가오는 발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시장 속 새장 속 새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말을 잃은 건지

잊은 건지 말을

날개를 빼앗긴 걸까

하늘을 빼앗긴 걸까

시장 속 새장 속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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