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에
초록이 녹아 흘러가고
녹아내린 초록은 다시
뿌리로 스몄던가
초록비가 내리고
초록은 다시
초록의 열매로
초록의 돌로
초록의 벌레로
초록의 반짝임으로
아마
푸드덕 날갯짓 소리와 함께
먼 구름이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리 떠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이른 아침의 고요함 속
들리는 목소리였던가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시장 속 새장 속 새
해바라기씨와 수돗물
닭 튀기는 기름 냄새
비닐 차양은 빛을 가리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니
흉내 낼 수 있는 건
다가오는 발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시장 속 새장 속 새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말을 잃은 건지
잊은 건지 말을
날개를 빼앗긴 걸까
하늘을 빼앗긴 걸까
시장 속 새장 속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