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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May 30. 2022

처음

새벽이 안부를 묻는다

굳었던 촛농이 고요히 녹는다

그것은 아마도 밤바다


빈 채로 밟는 모래사장

가득 채우는 것은 오직

바다가 움직이는 소리

바다를 가득 품은 소리에

빈 발자국 서서히 무너진다

바다는 지우고 지우고 지우며

처음으로 돌아간다


밀려갔다가 밀려오기 전

숨을 잠시 멈추는 순간

그것은 아마도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흘러내린 촛농이 멈추며

별빛의 부스러기 사라진다


지금 새벽을 빚어내는 별은

이미 오래전 폭발로 사라진 별

그 새벽별의 빛을 지우고 지우며

처음으로 돌아가는 하늘

그래도 되지 않냐

안부를 묻는 새벽에게

대답을 해준다


그것은 아마도 덩굴풀

벽 하나를 가득 채울 때까지

쉼 없이 번지고 번지고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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