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안부를 묻는다
굳었던 촛농이 고요히 녹는다
그것은 아마도 밤바다
빈 채로 밟는 모래사장
가득 채우는 것은 오직
바다가 움직이는 소리
바다를 가득 품은 소리에
빈 발자국 서서히 무너진다
바다는 지우고 지우고 지우며
처음으로 돌아간다
밀려갔다가 밀려오기 전
숨을 잠시 멈추는 순간
그것은 아마도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흘러내린 촛농이 멈추며
별빛의 부스러기 사라진다
지금 새벽을 빚어내는 별은
이미 오래전 폭발로 사라진 별
그 새벽별의 빛을 지우고 지우며
처음으로 돌아가는 하늘
그래도 되지 않냐
안부를 묻는 새벽에게
대답을 해준다
그것은 아마도 덩굴풀
벽 하나를 가득 채울 때까지
쉼 없이 번지고 번지고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