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 전이라면
맘껏 불타올라도 되겠지
어차피 올 어둠이라면
창피할 이유도 감춰지겠지
철없이 피는 이유 없고
하루도 닮은 날 없이
밤으로 걸어간다
좋았던 날을 세어보라면
나빴던 날도 세어질 수밖에
아무것도 세지 않고
불타오르는 저녁을 걷고 있다
오지 않았던 것에 취해
놓쳐버린 것은 없는지
한 발 한 발 무거워진다
있었던 것들은 늘 있고
없는 것은
한 번도 있었던 적 없는데
없는 것들을 찾아
먼 곳만 바라보았다
불타오르고 싶었나 보다
먼 하늘처럼
하루도 닮은 날이 없었기에
내일은 볼 수 없는 하늘
마음에 담아둔다
지금 타오르는 밤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