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꿈꾸며 퇴사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by 데미바바

퇴사 후, 내 자리도 함께 사라졌다

"계약 성사되면 1% 수수료만 해도…"

머릿속을 맴돌던 그 문장은 욕심과 희망, 그리고 환멸이 섞인 말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몇 년을 그렇게 버텼다. 한 번의 성공적인 거래가 모든 고생을 씻어줄 거란 환상은 이제 지겨웠다.

아침 9시 출근이었지만 새벽 6시에 물건 리스트를 확인해야 했다. 밤 10시를 넘어서도 울리는 카톡과 전화벨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면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지만, 무산되면? 모든 책임은 내 몫이었다. 밤새 나를 탓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래서 퇴사했다. 계약서 대신 자유를 선택하고 싶었다.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후련했다.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낯선 불안이 찾아왔다.

퇴사 후, 내 자리도 함께 사라졌다.


자유가 두려움이 되었다

동네에 나가면 부동산 간판들이 여전히 눈에 들어왔다. 바쁘게 통화하는 중개사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나는 이제 그 전쟁터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조용해진 휴대폰이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연락할 사람이 없나?’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하지 않게 된 감각. 그게 가장 두려웠다.

아침에 눈을 떠도 ‘해야 할 일’이 없었다. 고객을 만나야 하고, 계약을 따야 한다는 목표가 사라지자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만 멈춘 것 같았다.


공백 속에서 깨달은 것

불안은 나를 잠식했고, 통장 잔고는 현실을 각인시켰다. 거래가 성사되면 통장에 찍히던 숫자는 이제 멈췄다. 친구들이 “요즘 뭐 해?”라고 물으면, "쉬고 있어"라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초침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는 부동산 중개업이라는 ‘직업’에만 나의 가치를 맡기고 있었다. 그 일을 내려놓자 나 자신도 사라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퇴사 후의 불안은 어쩌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쁘게 일하면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이제야 생각해본다. 늦어도 괜찮다.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이제 내가 정한다.



불안과 공백은, 나를 찾아가는 긴 여정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 퇴사 후의 공허함이 나를 집어삼키려 해도, 그 안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아도, 내면은 조용히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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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퇴사를 고민하고 있나요? 아니면 퇴사 후 방황 중인가요?


퇴사한 순간은 실패가 아니라, 다른 삶의 가능성을 허락받은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불안해도 괜찮고, 길을 잃어도 괜찮습니다.
길을 잃는다는 건,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불안속에서 당신은 단단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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