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뜨리며, 다시
초라한 유랑객한테는
잡음이 많아진다.
헐렁한 나를 파괴하고 싶은 건지,
철거를 바라는 건지.
나는 몇 층짜리 건물이었길래
사소한 미풍에도 흔들렸을까.
애초 설계의 문제였을까.
비싼 옆 건물들은 방음이 되지 않는다.
발소리가 자꾸 거슬려 들려온다.
결국 분통을 이기지 못한 채,
기린 같은 포클레인을 몰고 와
나의 태양을 가린다.
부리나케 달려오던 단골손님들은
노란 표지판을 지나
광택 나는 건물 안으로 꺾어
무심히 들어간다.
이 허름한 천장과
누런 벽을 허물고
찢어낸 달력으로
한 해를 만든다.
그저 파괴했고,
다시 세워진다.
조용히 철거를 마친 뒤,
완공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