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원처럼 탐구하고 분석했습니다.
미세한 표정,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
단어 하나까지 머릿속에 메모하듯 저장하고,
강의 노트를 복습하듯 다시 펼쳐봅니다.
이해하려 애쓰며, 그 노력을 반복했습니다.
그건 일종의 ‘살아가는 법’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은 이해하기도, 노력하기도 싫었지만
그러다간 혼자가 될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맞춰 살아갔습니다.
늘 혼자인 것이 가장 편하고 좋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밖에서는 내면의 진심을 누군가 알게 되면
혼자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좋은 척 몸부림치는 나를
스스로도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그러다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인정은 내가 감당하기 싫던 일들에서 왔습니다.
싫어하는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찾아왔고,
애벌레가 고치를 스스로 찢고 나오듯
새로운 내가 생겨났습니다.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나는 형언하기 힘든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조금씩
죽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