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약함을 어찌할 수 있으랴.
손톱깎이는 소화불량인 듯,
하얀 휴지 위엔 먹다 남은
작은 뼈들이 쌓여 있다.
갈증은 끝이 없고,
주휴수당도 없는 슬픈 냉장고를 열어
마지막 체력을 짜내듯 캔콜라를 꺼냈다.
뚜껑을 여는 일조차
오늘은 고역이다.
아까부터 시끄럽던 검은 화면엔
갑작스레 생을 떠난 유명인의
조문 영상이 올라온다.
사람들의 입술이 줄을 잇는다.
유명인을 향한 조문객의 발길은
점점 초라해지고,
하얀 봉투의 두께만이
진심의 무게와
슬픔의 값을 대신한다.
나는 왜 끝까지 지켜보는가.
입을 벌리고 졸고 있던
김 빠진 콜라를 혀에 머금는다.
괜한 손을 쥐락펴락하다
뜬금없는 불안에
지겨운 메모장을 다시 연다.
‘현실적으로’라는 단어 앞에
다시 무너져버리고,
바래진 창문 틈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싸늘한 바람이 두 뺨을 스치자
나는 짧은 숨으로
도망치듯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