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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색연작, 03화

극야

빛보다 오래

by 투명인간

몇 달째, 해가 뜨지 않는다.

내 방의 초침은

낮과 밤을 잊은 지 오래다.

시린 손발도 그 탓일까.

눅눅한 이불속,

저출력으로 버틴다.


흐릿한 안경을 얹고

뜨거운 커피를 쏟는다.

조금씩 초점이 잡히지만

온도는 그대로다.


차가운 공기 속,

수술실 같은 방 위로

전등 하나가 깜박인다.

나는 그 하얀 불빛 아래서

조용히 맥을 잇는다.


간신히 숨통을 부여잡고

신발을 구겨 신어 거리로 향했다.

불 켜진 창문에 비친

그 빛을 따라 반갑게 바라보다

내심 갈망하던 것을 쫓았지만

닿지 않는다.


이 극야는 언젠가 끝이 날 테고,

결국, 백야는 올 것이라며 되새긴다.

하지만 오로라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고개는 여전히, 하늘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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