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글을 쓰다 보니
정말 병이 난 것일까.
얼굴은 더 수척해지고
살갗은 종이처럼 얇아지다 못해,
속마저 비칠 듯했다.
지난날의 끄적임 들을
책상 위로 흩어놓고
마른 입술 아래로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아, 애처롭구나.
사랑의 원한을 품은
한 인간의 몸부림이었을까.
아니면 결점을 숨기려
떨리던 목소리였을까.
까닭 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담배 연기를
천천히, 오래 올려 보낸다.
폐쇄적인 나의 끄적임 들도
가끔은 숨 막힐 만큼 갇혀 있었듯,
‘산책’이라는 말에
귀가 먼저 쫑긋,
눈이 휘둥그레지는
작은 개처럼 안달이다.
어쩌다 산책을 시켜 주면
사람들이 스치듯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그 찰나의 온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나는 또 끄적인다.
다시, 반복한다.
나는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과 치유를
지겹도록 원했구나.
내밀어 줄 힘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고,
아아,
이 모든 건 결국
살고 싶어서 남긴,
아픈 사람의 끄적임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