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안에서
문득 스쳐 간 꿈의 장면들을
되감아보다, 기록을 지운다.
이 질긴 반복을
멈추는 방법은 잠들지 않거나,
꿈을 꾸지 않는 일뿐이다.
끝내 갈망하던 것을 마주한 순간,
그 사람과 마주한 순간,
고정 채널이 되어버린
그 영화는 더 이상 재미없다.
가끔 꿈이 선명한 화질일 때면
혼동이 스며든다.
그러나 현실의 시야는
여전히 흐리고,
밥맛은 여전한 걸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직 흩어지지 않은 조각들을 모아
조립하고 맞춰본다.
해몽을 찾아보고,
앞날의 퍼즐을 짜 맞추는 짓은
무료 사주를 보는 일과 닮았다.
뒤죽박죽 한 기록들을
겁먹은 두더지처럼 파헤치다 보면
무언가 보이긴 하지만,
그다음은 나의 몫이다.
사실, 지우고 싶던 건
기록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이었다.
유리문을 지나
날 선 햇빛과 함께 찬바람이 스친다.
그때야 비로소
나의 과잉을 인지한다.
그저 꿈이었는데,
왜 이렇게 새삼스러울까.
달콤한 게 아직도 좋은 걸까,
그 따뜻함이 품 같아서일까.
나는 지울 수 없는 이 꿈들을
결코 문질러버리고 싶지 않다.
꿈은 꿈이지만,
때로는 솔직한 의지 같다.
또다시 어둠이 드리우고,
깊은 잠에 빠질 때면
나의 아카이브 속엔
시청기록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