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토를 하는 외계인

멀미는 왜 하는 것인가. 진심 궁금하다.

by 사춘기 엄마

경고 : 글을 읽기 전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뒤로 돌아가주세요. 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쁘나가 요즘 차를 타는 것을 싫어한다


멀미가 심해져서

1시간 이상 차를 타는 일이 생기면

출발도 하기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져있을 정도다.


나는 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나 또한 어렸을 때

멀미를 매우 잘 해서

아빠 차를 타면 그렇게 토를 많이 했다.


옛날에는 길 상태가 좋지 않아

명절 때 시골 할머니집을 갈 때마다

30분에 한 번씩

"아빠~~~ 멈춰줘~~~~~~~~~ 나 토할 것 같애~~~~"하고

길가에 토를 하곤 했다.


아빠 차에서는

이상한 냄새까지 났는데

좀 크고나서

그게 무슨 향인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한약재 냄새였던 것이다.


그때 그 시절에는

차에

유자라든지, 모과라든지

한약재 주머니라든지

이런 천연 방향제를 넣는 게

자연스런 일이었다. (우리집만????)


하지만 나에게 그 한약재 냄새는

멀미를 일으키는 요인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지금은 너무 좋아하는 냄새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백미러에 데롱데롱

매달려 있는 그 한약재 주머니를

정말 싫어했다.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저 무언가를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아빠에게 간곡히 한약재 주머니도,

때로는 모과도,

때로는 유자도,

다 버리면 안 되냐고

매달렸지만


아빠는 시큰둥하게

"왜~~ 좋은 냄새 나잖아~~~" 하며

내 간곡한 청을

무시하였다.


또 그때는 왜 그렇게

길 상태는 좋지 않은지.


시골 할머집을 갈 때마다

2~3시간을

덜컹덜컹

흔들리는 차 안에서

구토감을 참으며 가야하는

그 시간이

내게는 너무나도 길고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지금은 고속도로도 생기고

국도도 정비가 잘 되어

이제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매끈한 거리가 되었다.


그 도로 가장자리에는

내 토사물이 어딘가 묻혀있으리.


나는 멀미도 잘 했지만

잘 체해서 어렸을 때는

정말로 토를 잘 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구토감이 올라오면

화장실에 가서

해결을 했는데


초록색 토가 나온 적이 많다.


나는 스스로를 초록색 토를 하는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


먹은 것에 초록색이 없었는데

초록색 토가 나오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 점도 커서 알게 되었는데

담즙성 구토라고

그 초록색의 정체는 담즙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어린 아이의 몸에서

담즙이 역류했던 것인지.


어렸을 때의 나는

아주 작은 일을

부모님께 쉽게 말하지 못해

그 비밀을 혼자 간직하고 있으면서

끙끙 앓는 아이였다.


나는 곧 죽을거야.

초록색 토는 너무 이상하잖아!!!


엄마나 아빠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병원에 끌려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게 될거야

아~~~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이러면서 혼자 끙끙 앓았다.

(이런 일이 후에 또 생기는데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겠다.)


그런데 그 초록색 토는

점점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횟수가 줄어들어

어느 순간부터는

토를 하지 않게 되었다.


크면서

내장도 튼튼해져

이제 그 어떤 것이 들어와도

잘 소화시키는

몸이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건 너만의 착각~)


그래서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먹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 발령받고 나서도

매일 술을 먹다 보니(???)


몸은 금방 축났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온갖 병이 몰려 와

응급실에 간적이 수차례.

(왜 사람은 꼭 새벽에 아픈가. 낮에 아프면 안돼???)


아직도 그 후유증이 좀 남아 있는데

건강을 잃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는 게 비극.


이 모든 기억이

쁘나의 멀미 이야기 한 마디에

휘리릭 떠올랐다.


쁘나에게 말했다.

"쁘나야, 너도 엄마 닮아서 멀미를 잘 하나보다.

엄마 어렸을 때 멀미 진짜 잘했거든.

근데 크면서 점점 멀미는 좋아지더라고."

하며

아이를 안심시켜주고


"차로 멀리 가야하는 데는

웬만하면 가지 말자.

몸이 지금 크고 있는 중이라 힘든가봐.

멀미가 좀 좋아지면 가자"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일을

쁘나도 거의 동일하게

겪는 것을 보면서

유전자의 힘을 강력하게 느낀다.


그래서 좋은 점은

내가 미리 겪어 봤기 때문에

쁘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는 것!


그럼 지금은 멀미를 안 하느냐.

지금도 가끔씩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운전할 때는 멀미를 하지 않으므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여러 방법이 생긴다는 점에서

참 좋다.


어렸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기력하게

수동적으로

상황에 끌려가야 했다면


성인이 된 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

당연히 책임감도 따르겠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는 게

더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마음도 편하고.


그래서 쁘나에게

"쁘나야, 엄마는 직접 운전을 하니까

또 멀미를 안 하더라고.

엄마는 너가 대학생 되면

바로 운전면허 따라고 하고 싶어,

오토바이 면허도."


그러자 쁘나는 질색을 하면서

"아니!!! 나는 운전도 하기 싫다고!!!!

할머니도 오토바이 위험하다고 타지 말라고

하는데

엄마, 아빠는 왜 이렇게 나를 오토바이를

못 태워서 안달이야????" 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편리하고 좋잖아~~"


앗! 이 대화는

내가 아빠한테

제발 저 한약재 주머니를

갖다 버리라고 했음에도

아빠는

"왜~~ 좋잖아~~~"

그 대화랑 똑같잖아!!!!


그래서 나는 방향을 틀었다.

"그래, 운전하지마~~

후에 너가 필요하면 해~~"

하고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운전하면 얼마나 편한데

저 가시나 후에

"엄마 차 사줘~~ 나 운전하고 다닐래~~~"

할 때 보자.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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