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는 있답니다. -오토바이 사고 그 전편-
할머니 장례 때문에
3일간 운전해야할 일이 많았다.
쁘나는
내가 운전할 때마다
걱정하는 면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2번의 오토바이 사고 때문이었다.
차와 오토바이는 다르다고,
엄마가 차 운전은
잘하지 않냐고
쁘나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뿌리 깊은(?) 불신이
쁘나 안에 자리잡아
최근 들어
내 운전실력을 도통 믿지 않았다.
2번의 오토바이 사고 중
한 번은 2년 전,
한 번은 2달 전에
일어났었다.
오늘은 첫번째 사고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첫번째 사고는
얼토당토않은 일로 일어난 사고였다.
바로 졸음 운전 때문이었다.
사건인즉
그 당시에 나는
20킬로 하프 마라톤을 나가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달리기 연습을 했는데
그 피곤함이 점차 누적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5월은
딱 오토바이 타기 좋은 날씨라
출, 퇴근을 오토바이로 했었다.
퇴근 후
집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데
눈꺼풀이 껌벅껌벅
잠이 오는 것이었다.
오토바이 위에서 존다고???
남편은 내 말을 믿지 못했지만
정말로 잠이 쏟아졌다.
차라면 어딘가에 세워놓고
잠깐 잘 수 있는데
오토바이는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출, 퇴근하는 길에는
졸음운전 방지 공간도 없을 뿐더러
한적한 지방도로였기 때문에
나는 졸음을 이겨내며
집까지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 생각이 문제야 바보야!!)
집에 거의 다 와서
순간 눈을 떴더니
내가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가는 턱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아! 사고난다!!! 하며
순간적으로
내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토바이는 인도 턱을 넘어
속도 제한 표시가 그려넣어져 있는
표지판을 들이받고
그 충격에
나는 그대로 붕~
떠올라 바닥에 떨어졌다.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머리와 어깨가 땅에 부딪히면서
쾅 떨어졌다.
머리가 얼얼하고
어깨가 아팠다.
이게 무슨 일이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이 안 되었다.
땅에 철푸덕 넘어져 있는 상태 그대로
잠깐 생각을 하다가
일단 남편에게
사고가 났다고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잠을 깨려고
에어팟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일어나서
가만히 보니
에어팟과 핸드폰 둘다 보이지 않았다.
어라??? 어디갔지???
그때 나는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 위에 새빨간 피가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에서 피가 나는거지??
만져보니 귀에서 피가 나는 것이었다.
귀에서 피가 난다고???
오토바이 미러를 통해 보니
며칠 전에 피어싱을 뚫은 자리가
강한 충격을 받아서
피가 나고 있는 것이었다.
통증은 없어서
그냥 내버려두고
핸드폰과 에어팟을 찾으려고
그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자
인도와 인도 옆 풀숲 위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과 에어팟을 찾을 수 있었다.
핸드폰은 멀쩡했고
에어팟도 계속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사람은 다쳤는데 기계는 멀쩡했다.
아! 오토바이는 처참한 몰골이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큰일났어."
"엉??? 왜????"
남편은 쁘나 학용품을 사러
쁘나와 함께
알파 문구에
와있다고 했다.
"여보, 나 오토바이 사고 났어."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야."
남편은 쉽게 믿질 않았다.
내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니야, 진짜야, 지금 여기로 와줘."
남편은 깜짝 놀라며 얼른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할일도 없고
아직 통증도 없고 해서
인도 위에 철푸덕 앉아서
남편을 기다렸다.
지나가는 차들이
나와 박살이 난 내 오토바이를
쳐다보며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정말
아이고
혼자 멍때리고 있는데
남편이 왔다.
쁘나는 너무 놀래서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쁘나야, 엄마 괜찮아~,
이 피는 그저께 뚫은 피어싱 부분에서
조금 나는거야~
엄마 별로 안 다쳤어~~."
속편하게 말하는 나를 보며
쁘나는 울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쁘나를 집에 내려놓고
왔었어야 했는데
처참한 사건 현장을
쁘나가 본 것이
우리의 실수였다.
쁘나에게 그 사고는
사고 염려증으로 자리잡았으니까.
남편은 119를 불러야겠다고 했다.
"그래, 그러자, 전화 좀 해주겠어?"
남편이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고
119에 신고하자
얼마 안 지나고
앰뷸런스, 경찰차 여러 대가 왔다.
경찰은 오자마자
"차랑 사고가 나신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아니요."
"음주 하셨어요?"
"아니요."
음주 측정을 하면서
경찰은 이 여자 뭐지? 하는 표정이었다.
음주도 아니고,
"그럼 무슨 일로 사고가 나신 거에요?"
"그냥 졸았어요."
"예????? 졸았다구요???"
남편과 나는 머쓱해져서
"네." 라고 했다.
경찰은
"어떻게 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
졸 수가 있죠????"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다들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 했다.
나도 이해가 안 됐으니 뭐.
"여하튼 병원에 가셔야 겠네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나는 인도 위에 앉아서
경찰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는데
점차 어깨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어깨가 조금 아파요."
그러자 119 직원이 들것에 실어
가야겠다고 했다.
"예??? 저 걸을 수 있어요."
그러자
119 직원들은 안된다고
들것을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심각한 환자가 되어
들것 위에 눕혀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들것에 실려 앰블런스에 실려 가는 동안
남편과 쁘나는 그 자리에 남아
사건 처리를 좀더 했는데
그 이야기를
후에 쁘나로부터 듣게 되었다.
멀찍이 서서
쁘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경찰이
현장 근처에 가만히 서 있는
아이가 있으니
이상해서
쁘나에게 물어봤다는 것이다.
"너 누구니?? 지나가는 길이야???"
"아니요."
"그럼 왜 여기 있어?"
"저희 엄만데요."
"응???? 엄마?????
아~~ 사고나신 분이 엄마셨구나."
불퉁한 표정으로 멀찍이 서 있는 아이가
이 사건과 관련된 아이일 거라고는
경찰관은 미처 생각지 못했으리라.
나는 근처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119 대원이
응급실 의사에게
오토바이 사고가 난 환자라고
말했다.
나를 보는
의사의 표정은
음... 뭔가가 부러지고 만신창이가 되었겠군
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X-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온 몸의 X-레이를 찍으면서
나도
어깨가 아픈 걸 보니
어깨쪽 어디 한 군데는 부러졌을거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응급실 베드에 누워있으니
쁘나와 남편이 왔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손가락이랑 팔, 팔꿈치,
허벅지 쪽이 쓸려
피부 상처가 심했다.
다행히 청자켓을 입고 있어서
어느 정도 보호를 해줬는데도
안 쪽 피부가 충격과 마찰로 인해
벗겨진 것이다.
흙이 묻어 있는 부분은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소독을 잘 해야한다면서
의사선생님은 가차없이
그 부위를 벅벅 닦으셨는데
그 고통이 사고로 인한 통증보다
더 심했다.
우리는 X-레이 결과를 기다리면서
3주 후에 잡아놓은
제주도 오토바이 여행을 못 가겠다,
어쩌지 하며
시덥잖은 이야기를 했는데
의사가 갸우뚱 갸우뚱 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어디 부러지신 데는 없네요.
그냥 퇴원하시면 되겠어요."
우리 모두
"예????? 어디 부러진 데가 없다구요??"
그러자 의사 또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네, 그냥 찰과상 치료만 집에서 잘 해주시면 되겠어요."
"정말로 저희 그냥 가면 되요??"
"네, 부러진 데가 없으니 입원도 안 되시고
어깨 통증은 다른 병원 가서 치료하시면 되세요."
나는 조금 어리벙벙했지만
다친 데가 없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집에 가자 쁘나야."
그리고 우리는 집에 왔다.
다음날 나는 출근을 했고
매일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3주 후에 잡아놓았던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예정대로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남편은 사고가 한 번 있었는데
오토바이 운전 안 무섭겠냐고
하는데
나는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저
피곤할 때는
오토바이 운전을 안 해야겠다는
다짐만 할 뿐이었다.
우리는 가끔 이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지막에는
항상 쁘나가
경찰관과 나눴던 대화를 다시 이야기해주면
우리 모두
웃음을 뿜으며
진짜 웃기다,
그 경찰관 아저씨도 얼마나 황당했을까?
참 별일이 다 있었어~,
엄마 그때 진짜 하늘을 날았다니까!!! 하며
철없는 소리나 하는
가족 사건 중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쁘나의 사고 염려증은
계속 남아서
내게 운전 조심하라고,
엄마는 믿을 수가 없다고.
내게 때로는 운전하지 말라는 협박을 하기도,
걱정 섞인 충고를 하기도
엄마가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어린 딸은
내 건강을 항상 걱정하는데
나는 속없이
"쁘나야~ 엄마 운전 잘하지?
그때 붕 날아갈 때도
엄마가 몸을 웅크려서 별로 안 다친 거라니까?
엄마 순발력 쩔지?" 하며
매번 대수롭지 않게 대꾸해왔다.
그럴 때마다 핀잔 섞인 말과 표정으로
쁘나는
"엄마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하고 만다.
유투브를 보다가
한 영상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토바이 운전 중에
매너 가득한 행동을 보인 내용이었는데
베스트 댓글에
'참 안타깝습니다.
시한부 인생이신데 이렇게 따스하신 분이라니.'
라는 글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이지? 했는데
바로
'아~ 오토바이 타는 사람은
언젠가 사고가 나서 죽을 수 있으니까
시한부 인생이라고 표현한 거구나~'라고
알아차렸다.
그럼 나도
시한부 인생이겠네.
시한부 인생이 안 되게
천천히
시골 할머니들처럼
쏠래쏠래 조심히 다닐게요 여러분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님들~~
모두들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끝까지 정신 못 차리네,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