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시간을 신경쓰지 않고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마신다.
밤사이 하얀 눈이 어설프게 땅을 덮었다.
강아지나 아이들이 반가워할 만한 양은 아니다.
그래도 검은 밭을 듬성듬성 수놓듯 눈은 겨울의 정취를 부른다.
뜨거운 커피가 제격이지만 쉽고 빠른 티백을 고른다.
후루룩 마시고 머릿속 엉킨 생각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늦잠을 자는 날은 영락없이 원치않는 꿈을 꾼다.
이때의 꿈은 내면의 깊은 자아의 표상이라기 보다는 두려워 하거나 걱정했던 일상의 이면이 유치하고 지저분하게 엉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유하는 것이 편치 않다. 나는 내 것으로 점유하는 모든 것들을 그냥 두지 못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 간섭한다. 그것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끊어낼 수 없는 신체의 일부처럼 평생 나와 함께였다.
오늘은 시계를 따라다녔다. 노란색 손목시계인데 싸구려 경품처럼 볼품없는 그 시계를 받아내기 위해 계속 헤매고 다니다가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축제 또는 행사장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는데 한 친구는 전 직장에서 친했던 무리를 만나 떠나갔고, 한 친구는 행사장에 남아서 의식을 지켜본다고 했다. 한 친구는 나와 함께 있었는데 나는 여전히 노란 시계를 생각하느라 그 친구가 무엇을 말하는지 행동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내 곁에 있던 친구는 행사장에 남아있는 친구에게로 갔다.
나는 서운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자유로워졌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유로워졌으니까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며 안심시켰던 것 같다.
결국 노란 시계는 얻지 못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 낯선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 나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끝에 잠에서 깼다.
가만히 꿈을 되짚어 글로 쓰고 싶어졌다.
나는 왜 노란 시계에 집착했을까?
그곳에 세 명의 친구가 함께 있었지만 우리는 왜 뿔뿔이 흩어져 있었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나로부터 멀어져 갔을까?
왜 그렇게 차갑게 느껴졌을까?
나는 왜 혼자 남아서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을까?
생각들이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정신없이 뒤엉켜 부유했다가 차분히 땅으로 내려앉는다. 나는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도 강하다. 하지만 그 소유가 결국 나를 부자유스럽게 만들 것을 짐작하고 있다. 서둘러 회피라는 방어기재를 작동시켜 단단히 무장한다. 그리고 나는 자유롭다고 주장한다.
함께 사는 룸메이트에게 말했다.
나는 이곳이 너무 답답하다고…….
뛰쳐나가고 싶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