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디오북) 츠바키 문구점

당신의 마음을 대신 적어 드립니다.

by 구르미


출판사 : 위즈덤 하우스

낭독자 : 김보나 , 남도형 , 허예은 , 가빈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덩달아 오디오북도 꾸준히 듣고 있다. 적어도 한 달에 2권은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책 제목만 썼었는데, 이번부터는 출판사와 낭독자를 써보려고 한다. 츠바키 문구점을 듣고 이걸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낭독자가 이 이야기를 완전히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었으니까. 김보나 성우는 포포 그 자체였고, 책에만 있던 포포를 현실로 불러왔다. 또한 미스터비스트의 한국 성우로도 유명한 남도형 성우도 여러 남자의 목소리를 아주 맛깔나게 연기해 주었다. 캐릭터를 탐구하고 목소리를 정하고 그에 맞춰 발성을 했을 성우들 및 연출진에게 경의를 표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성우를 먼저 언급할 만큼 이 책의 녹음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츠바키 문구점은 전형적인 일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실제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일본이라면 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대필가라는 직업을 가진 포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대필이라는 걸 듣고 예전에 유퀴즈에 나왔던 필경사라는 직업이 생각났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대필가는 단순히 글씨만 대신 쓰는 게 아니라 편지를 대신 써준다. 그 편지를 써달란 의뢰를 받으며 듣는 이야기, 그 의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필경 이 소설의 작가는 글을 '쓰는 것'에 엄청난 전문가인 듯하다. 생각지도 못한 필기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이다.


이 이야기의 큰 틀은 오래전부터 대필가를 하던 포포의 선대가 돌아가시면서 어렸을 적 대필을 배우다가 타지로 떠난 포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대필가로서 일을 이어가는 여름, 가을, 겨울, 봄 이렇게 일 년의 이야기이다. 큰 흐름은 과거의 앙금을 여러 에피소드들과 주변 인물을 통해 이해하고 오해를 풀고 용서와 감사를 하게 되는 조금은 뻔한 스토리이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주인공 포포를 성장시키는 에피소드들과 그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면서 쓰는 편지의 내용과 편지를 쓰면서 들이는 노력과 디테일은 독자로 하여금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한다.


요즘은 누군가에게 정성 들여서 글을 써볼 기회가 많이 줄었다. 편지를 언제 썼는지도 모르겠고, 간단한 한 줄짜리 메시지 말고 길게 문장으로 내 생각을 표현해 본 적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 하다. 단순한 의견 표출만 했지, 상대방을 위한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어느 종이를 고를지, 어떤 펜으로 쓸지, 어떤 색으로 쓸지, 봉투는 어떤 것을 정하고 우표는 어떤 것을 정할지, 의뢰인의 이야기에 맞춰서 작은 것 하나하나 고민하는 포포의 정성이 상대적으로 날 반성하게 만든다.


최근에 츠바키 연애편지도 나왔다고 하던데,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증이 든다.

한 때는 책에서 무언갈 꼭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비문학을 선호했고, 책을 읽으며 항상 메모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편한 이야기의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은 치열하기보다 그냥 느러지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지루한 여름 더위에 조금 덥긴 하지만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 좋아지는 그런 이야기가 그리울 때가 있으니까.


따뜻하게, 시원하게, 잘 쓰인 이야기에 기분 좋았다.

구르미 평점 4.5/5 (에피소드는 참신했는데, 전체 이야기는 조금 진부한 면이 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F1 더 무비 - 소니 헤이즈의 부적, 카드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