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마라톤 풀코스, 기록 보단 과정에 집중하자

40대 아저씨의 무턱대고 풀코스 도전해 보기

by 구르미
Source: AAP / Steve Markham (2nd Source: sbs.com.au)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올여름에 갔었던 호주 시드니가 나오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션을 포함해서 사연이 있는 연예인들이 시드니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야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혀 관심이 없을 이야기였을 텐데, 같은 러너로서, 버킷 리스트로 풀코스 완주를 꿈꾸는 입장으로서 나름 몰입해서 봤다. (상상을 초월하는 PPL 제외)


주변에서 같이 뛰는 사람들이 대부분 괴수급 기록을 가진 영향인지, 나에게 풀코스는 범접하기 쉽지 않은 영역에 있었다. 아직 그 거리만큼 뛰어보지 않았기도 했고 하프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란 얘기에 겁먹기도 했다. 추가로 일정 수준의 기록 이내에 들어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적어도 중간에 걷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프로를 보니, 정말 빈약해 보이는 슬리피가 뛰다 걷다 쓰러지다 다시 뛰다를 반복하며 다섯 시간 반 즈음에 도착했다. 음.... 내 기준으론 인정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저 정도면 풀코스를 뛸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완주하고 도착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혼자 너무 강박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어떻게든 각자 목적을 갖고 그걸 이루고 뛰면 되는 건데..


괜히 기록을 핑계로 미룰게 아니라 완주까지 4시간 이든, 5시간 이든, 6시간 이든 한번 뛰어 보기로 했다. 꼭 대회가 아니더라도 내년에 꼭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하프 마라톤 이후 잠시 켜지 않았던 나이키 러닝 클럽 앱을 켜고, 금단의 아이콘이라 여겼던 풀코스 트레이닝 플랜을 터치했다. 총 18주의 훈련 플랜이 쭉 짜였다. 또 익숙한 나이키 글로벌 러닝 코치의 오디오를 들으며 18주의 첫 훈련을 시작했다.


한 때, 러닝은 나에게 세상의 고뇌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생존 본능이 발동해 모든 현실의 걱정은 잠시 잊고 달리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고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런 걸 보고 와이프는 그거 중독 아니냐며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살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면서 좀 달라졌던 것 같다. 같이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할까? 더 긴 거리를 달리니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거라 믿으며 왠지 달리게 될 그날이 기다려졌다.


내년 봄 마라톤을 위해 준비를 시작하기 딱 좋은 시기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함께 도전해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