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훈련이 꼭 힘들고 지루해야할 필요는 없다.
브런치 이웃의 글을 둘러보다가 하프를 준비하면서 하프 달리기 전 거리를 늘리기 위해 무리해서 며칠 동안 10km 이상을 달리다가 부상을 당했단 이야기를 보았다.
아마 평소에는 그 정도로 무리해서 달리지 않았는데, 하프라는 거리의 압박에 무리해서 훈련했다가 부상이 온 듯했다. 동병상련의 오지랖으로 큰맘 먹고 댓글을 달았다.
"러닝은 신기하게도 꼭 그 거리를 달려 봤어야 만 그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달릴 수 있는 만큼 계속 훈련하다 보면 대회날 그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됩니다. 훈련은 무리보다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얼마 전 하프를 완주하고 풀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목표를 보고 무리된 훈련은 꼭 부상을 데려온다는 걸 깨닫고 꾸준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실제로 나도 비슷한 경험이 많았다. 처음 10km 마라톤을 도전할 때 그래도 10km는 달려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원래 이틀에 한번 6~7km를 달리던 때 러닝머신으로 10km를 달려봤다. 그랬더니 원래 안 아프던 고관절 부근 인대가 아파졌다. 통증이 이어져서 근골격 클리닉에 방문했고, 그 후 몇 주 동안 스트레칭에 집중하고 조심조심 달려서 간신히 10km 대회에 참가했었다. 물리치료사 선생님 덕분에 그나마 왜 아픈지 원인을 알아서 달릴 만은 했지만 5km를 넘어부터 통증이 찾아와서 쉽지 않은 대회였다.
하프를 처음 도전할 때, 무리해서 무동력(커브드) 트레드밀에서 20km를 달려봤다가 발목이 아파졌다. 이번엔 발목에 염증이 생긴 것이었고,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아봤지만 영 낫지 않았고 소염진통제도 영 효과가 없었다. 결국 또 여기저기 자료를 찾고 GPT에 물어보며 스트레칭 방법을 찾고 어찌어찌 하프 대회에 참가했다. 다행히 염증이라 어느 정도 체온이 오르고 혈류가 돌면 통증이 줄어들어 완주는 했지만, 심해지면 어땠을지 아찔했다.
대회를 앞두고 누구나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뛰어보지 않은 거리를 도전하는 건 여전히 막연하고,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그래도… 한 번은 똑같이 뛰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든다.
그렇다면 실제로 장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심리적 불안을 줄이고, 신체적으로 준비를 해야 할까?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추천하고 싶다.
— 동일 거리를 뛰지 않아도 충분히 ‘예행연습’이 된다
예행연습(dress rehearsal)의 목적은 단순하다. 내가 대회 당일 할 행동을 미리 '뇌에게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예행연습이 꼭 동일한 거리여야만 할까? 어느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꼭 그 거리를 달려야만 될까? 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예행연습이 자칫 대회 전 컨디션을 망치거나 심각하면 부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엘리트 러너도 풀코스 예행연습을 실제 거리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축소된 예행연습이다.
얼마만큼 축소할지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마일에서 km로 거리 단위를 바꾸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만약 풀코스, 42.195km라면, 이는 mile로 하면 26.2 mile이다. 그럼 mile을 km로 변환해서 26.2 km를 달린다. 여기에서 중요 체크포인트를 설정하고 달리면서 그 포인트에서 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해 본다.
즉, 나는 풀코스를 준비할 때 26km를 예행연습 거리로 삼는다. 26km가 아니라 26 mile을 달린다고 뇌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 26km 안에서 다음과 같은 체크포인트 연습을 한다.
초반 웜업 구간: ~ 5km → ~ 3km 구간
첫 보충 시점 : 10km → 약 7km 지점
가장 힘든 75% 지점: 30km → 약 19km 지점
이렇게 하면, 전체 거리는 짧아졌지만 뇌는 마치 “풀코스를 달린 느낌”을 받는다. 결승점을 지나면서 환하게 웃으며 엔딩 포즈를 취해주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결국 예행연습의 핵심은 “신체적 거리”가 아니라, “심리적 거리와 패턴”을 뇌에 반복시키는 것이다.
- 젖산 내성(Lactate Tolerance)을 미리 체험하라
장거리 러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젖산(lactate) 생성량이 제거 속도를 넘어설 때다. 이 시점부터는 다리가 뜨겁게 타오르거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흔들리는 그 ‘벽(Hitting the wall)’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벽을 경험하려고 30km를 실제로 달릴 필요는 없다. 짧은 시간 안에서도 ‘극한 순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인터벌 훈련이다.
예시로는 이런 식이다.
10km 페이스로 1분 → 1분 휴식
5km 페이스로 1분 → 1분 휴식
1.5km 페이스(VO₂max 근처)로 1분 → 1분 휴식
마지막에 최대 속도로 45초 → 1분 휴식
컨디션에 따라 반복
이 짧은 구성만으로도 근육은 대회 후반부와 비슷한 수준의 젖산 축적 → 제거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과학적으로 보면, 인터벌은 다음을 강화한다. (출처: GPT)
- 젖산 처리 능력(Lactate Clearance) 증가
- 미토콘드리아 기능 향상
- 최대산소섭취량(VO₂max) 증가
- 러닝 이코노미 개선
즉, 짧은 시간으로도 장거리 후반부의 ‘버티기 능력’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 느린 속도의 장거리 달리기는 왜 효과적일까?
“장거리를 늘려야 한다면 느리게 달리라”
LSD(Long Slow Distance)의 핵심이다.
LSD가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출처: GPT)
- 모세혈관 밀도 증가 → 근육에 산소 공급능력 강화
- 지방 대사 효율 증가 → 후반부 에너지 유지
- 심장 박출량 향상 → 같은 페이스에서 더 낮은 심박 유지
- 부상 위험 최소화 → 주당 거리 증가가 쉬워짐
많은 사람이 “내 페이스로 오래 뛰어야 효과가 있다”라고 오해하지만, 대회를 위한 페이스는 너무 빠르고 훈련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꼭 빠르게 뛰어야 할 필요는 없다.
LSD는 보통 마라톤 페이스 70% 수준으로 한다.
천천히, 오래.
이것이 거리 증가의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다.
- 대회는 대회일뿐, 훈련으로 ‘정확히 그 거리’를 반복하지 마라
일반적인 연구에서도 10km 이하는 회복 부담이 작고 하프 이상은 2~7일 이상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회 거리 그대로를 반복하면, 잔부상 누적, 회복력 저하, 피로 누적, 면역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하프나 풀코스를 실제 거리로 연습하는 것은 결코 훈련 효율 관점에서 추천되지 않는다. 꾸준한 주간 루틴과 적절한 강도 조절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때로 “완주”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그 거리만큼 뛰어봐야만 할 것 같다’는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신체는 생각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할 수 있고, 거리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아도 레이스를 완성할 능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풀코스도 결국 출발 후 1km로 시작된다. 그 1km가 차곡차곡 쌓일 때, 우리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완주, 서브 3 보다, 다치지 않고 달리기라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