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덜 무식하게 부상 속에서 대회 나가기
지난주 추운데 밖에서 점프하는 준비운동인 C스킵을 하다가 아킬레스건이 찌릿했다. 대수롭지 않게 뛰었더니 걸을 때마다 뒤꿈치가 찌릿했다.
대회 일주일 전, 결국 모든 훈련을 중단했다. 그와 동시에 과연 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시작됐다.
과연 난 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
--여기 까지는 지난 이야기.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0bc5b1bc6928471/210
달리기를 멈추고 AI에게 이것저것 물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따라 해 보는데, 뭔가 불안했다.
과연 툭하면 환각효과를 내뿜는 AI를 믿어도 될까?
그래서 전에 방문한 적이 있었던 근골격 클리닉에 방문하기로 했고, 다행히 금요일에 예약이 빈 시간이 있어서 예약 후 방문했다.
아픈 부위의 설명을 듣곤 물리치료사분께서는,
"아킬레스건 염이 맞아요. 그런데 그때 준비운동을 잘못해서 염증이 생긴 건 아니고, 언제 염증이 생겨도 생길 상황이었을 것 같습니다."
"네? 아침에 일어나서 양쪽 발꿈치가 살짝 당긴 느낌은 있었는데 전에 달리면서 아픈 적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진짜 그런 건가요?"
"네, 건은 뼈와 근육을 이어주는 조직인데요, 근육처럼 신축성이 있진 않아요. 그래서 발목 뒷부분이 늘어나려면 종아리 뒤쪽 근육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 근육이 긴장해서 수축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건이 억지로 늘어나야 하죠. 그게 반복되니 염증이 생기는 것이고, 가뜩이나 추울 때 근육이 굳어있는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지니 더 큰 상처가 난 거죠. 어느 근육이 굳어 있는지 찾아봅시다."
물리치료 침대에 누워서 여기저기 강력한 자극이 가해졌다. 그리곤 이해하기 어려운 테스트가 반복됐다. 누르는 곳마다 엄청 아팠고, 많이 굳어져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근육이 아킬레스건에 부담이 준 건지 알기 위해 테스트가 반복됐다.
여러 마사지와 테스트 끝에 오늘 찾아낸 곳은 전강이 근육이었다. 정확히는 위 그림의 초록색 부분이다. 전강이 근육은 발목을 들어 올릴 때 쓰이는데, 이게 굳어 있으면 발목을 들어 올릴 때 아킬레스 건에 무리가 간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누워서 발목을 잡아당기면 발 전체가 당겨져야 하는데, 발 안쪽이 잘 안들려져서 억지로 틀어져서 당겨지는 상태라고 한다.
이어서 매트 위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재활훈련 설명이 있었다. 인어 자세로 앉아서 왼쪽 정강이 아래에 마사지볼을 깔고 지긋히 눌러주는 것이다. 말이 지긋하게 이지, 정말 아팠다. 말 그대로 재활치료다. 10분여를 했더니 전강이 근육이 얼얼했고 얼얼함은 대회 때까지 이어졌다.
https://youtu.be/VhdxHaMCkL4?si=3bU10ncYd3OmpXwO
재활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물리치료사분께 물어봤다.
"사실 이번 주에 하프 마라톤이 있는데, 뛰어도 될까요?"
"어차피 제가 뛰지 말라고 한다고 해도 안 뛸 생각은 없으시잖아요?"
"네, 그렇긴 하죠."
"음, 대회가 언제죠?"
"이번 주 일요일 아침입니다."
"그럼, 이틀 후니까.. 음..
제가 아킬레스 건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테이핑을 해드릴게요. 피부 발진만 없으면 이틀까지도 테이핑이 버틸 수 있으니까 안 떨어지면 이대로 대회 나가세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여분으로 잘라서 드릴테니 떨어지면 다시 붙이세요.
혼자 해보셔야 정확히 할수 있으니 반대쪽 다리에 한번 해보세요. 혹시 모르니 영상 링크도 보내드릴게요."
https://youtube.com/shorts/bEc6yNNI_m0?si=RvlPgcMTnqrcMwSY
"그럼 원래대로 뛰면 될까요?"
"이게 만능은 아닙니다. 처음에 1km 정도는 조깅하듯 천천히 뛰다가 속도를 올리세요. 만약 1km 조깅하는데 아프다면, 완주 목표로 버티고 달리세요. 엄청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서 아마 좀 달리다 보면 괜찮을 거예요."
크.. 예전에 왔을 때 자기도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이것이 바로 러너의 정인가?
신기하게도 테이핑을 하니 걷고 난 후에 밸런스도 유지됐고, 통증도 덜한 느낌이었다. 전엔 불안감이 컸지만, 왠지 될 것 같았다.
토요일 오후, 딱 일주일 전 부상을 당했던 그때. 내일 대회를 대비해서 아주 가볍게 뛰어 보기로 했다.
속도는 최대한 늦춰서 900 페이스로 거의 걷는 속도로 30분을 뛰었다. 처음에는 약간 뒤꿈치에 자극이 왔지만 금방 적응 됐다.
조금은 안도하며 대회를 위한 짐을 챙겼다. 이때가 사실 가장 떨린다. 배번표를 달고 물품을 챙기는 이때.
겨울에는 헤어밴드를 꼈지만, 이번에는 러닝용 모자를 쓰기로 했고, 티셔츠는 사은품으로 준 티셔츠가 사이즈 대비 조금 큰 감이 있긴 했지만, 예의상 입어주고, 날이 살짝 쌀쌀하긴 했지만 봄이니까 반바지를 입기로 했다.
날이 좀 추울 수 있으니 일회용 우비를 입고 5km 급수대까지 달리다가 벗을 생각이었다.
에너지젤 보급은 출발 전 하나,
7 - 15 - 20km마다 하나씩 먹기로 했다.
20km 때 안 힘들면 안 먹고, 힘들면 먹고 스퍼트를 할 생각이었다.
그리곤 잠에 들었다.
지금까지 마라톤 대회마다 잠을 자주 깼었다. 처음 하프 대회 때는 긴장감에 한 시간마다 깼던 것 같다. 내가 선수도 아니고 취미로 나가는데, 과연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던 것 같다.
이번에는 부상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한 번도 안 깨고 자길 바랐지만, 4시에 한번 5시에 한번 깨고 6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다행히 집 근처에서 하는 대회라 지하철로 20분 정도면 도착이니 여유가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대회뿐이다.
부디 만족스러운 마라톤이 되길 기원하며,
3번째 마라톤을 향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