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할 때 스트레칭이 왜 중요한가요?

제때 풀어줘야 오래 달릴 수 있다.

by 구르미

​러닝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흔히 '천천히 뛰기'로 워밍업을 대신하곤 한다. 혹은 앉았다 일어나며 무릎을 돌리거나 발목을 까닥이는 정도의 가벼운 동적 스트레칭으로 준비 운동을 끝내는 게 보통이다. 특히 폼롤러나 마사지볼을 활용하는 정적 스트레칭은 야외에서 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뒷전이 되기 일쑤.


​하지만 최근 아킬레스건염으로 고생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부상 없이 오래 달리고 싶다면, 근육을 직접 압박하며 풀어주는 정적 스트레칭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1. 뭉친 근육은 인대와 관절의 '독'이 된다


​달리기는 전신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장시간 반복하는 운동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부위의 근육이 유독 뭉치기 마련인데, 방치된 근육 뭉침은 결국 주변 인대와 관절에 무리를 준다. ​사실 나도 부상의 대부분이 이런 원인 때문이었다.


얼마 전 아킬레스건염도 그랬다. 종아리 근육이 뭉쳐 수축된 상태가 지속되면, 반대편인 정경골근(정아리 앞쪽)은 계속 이완된 상태로 긴장하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는 발목이 위로 잘 올라가지 않는다. 억지로 발목을 올리며 달리다 보니 결국 아킬레스건에 과도한 부하가 걸렸고, 이것이 염증으로 이어졌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진단 역시 "뭉친 종아리 근육이 아킬레스건을 잡아당기고 있었다"라고 그랬던 걸 보면 원인은 뭉친 근육을 미리 체크하지 못한 게 컸던 듯했다.


​2. 내 몸을 진단하는 '데일리 체크업'


​정적 스트레칭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내 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폼롤러나 마사지볼로 근육을 압박해 보면, 평소보다 유독 통증이 심한 부위가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 나의 '취약 지점'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무 통증이 없다가도, 무리가 쌓인 날에는 비명이 나올 만큼 아픈 곳이 생긴다.
​전신을 다 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요령은 간단하다.


​아프지 않은 곳은 가볍게 훑고 빠르게 지나가고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시간을 들여 집중적으로 풀어주고, 그날의 러닝 강도를 조절한다.


​3.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몸 상태가 좋을 때는 통증이 없으니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 그냥 줄곧 달린다. 요즘은 몸 상태가 좋네~ 하며 몸의 신호는 무시한다. 정적 스트레칭 루틴은 잊고, 근육 속에 쌓이는 피로를 눈치채지 못한 채 '큰 부상'이라는 고지서를 받고 나서야 후회하게 된다.


​정적 스트레칭은 단순히 근육을 늘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 몸과 대화하며 부상의 싹을 잘라내는 과정이다. 오늘 뛰기 전, 혹은 뛴 후에 단 5분이라도 마사지볼 위에 올라가 보자. 어쩌면 당신의 아킬레스건이 보내는 조용한 경고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부상을 예방하는 핵심 정적 스트레칭


​그렇다면 어떻게 정적 스트레칭(근막 이완)을 해야 할까?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 러너들을 위해, 내가 아킬레스건염을 겪으며 가장 효과를 보았던 세 가지 핵심 부위를 소개한다.


이론적으로는 아프지 않아야 정상이다. 아프다면 계속 꾸준히 풀어줘야 한다.


​1. 종아리 근육(비복근 & 가자미근) - 아킬레스건의 수호신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곳은 역시 종아리다.
​방법: 폼롤러 위에 양쪽 종아리를 올리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 체중을 싣는다. 왼쪽, 오른쪽으로 다리를 돌려가며 가장 아픈 지점(트리거 포인트)을 찾는다.
​팁: 유독 통증이 심한 곳이 있다면 그 상태로 30초 정도 멈춰서 지그시 눌러준다. 이때 발목을 위아래로 까딱거리면 근육 깊숙한 곳까지 자극이 전달되어 효과가 배가된다.


​2. 발바닥(족저근막) - 모든 충격의 흡수처


​아킬레스건은 발바닥의 족저근막과 연결되어 있다. 발바닥이 굳어 있으면 그 긴장감이 그대로 뒤꿈치로 전달된다.
​방법: 마사지볼(혹은 골프공)을 발바닥 아치 부분에 두고 체중을 실어 굴려준다.
​팁: 서서 하는 것이 가장 자극이 강하며, 발가락을 쫙 폈다 굽혔다 하며 움직여주면 발바닥 전체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 허벅지 옆면(장경인대) - 무릎 통증의 예방주사

​러너들의 고질병인 '장경인대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코스다.
​방법: 옆으로 누워 폼롤러를 허벅지 바깥쪽에 두고 골반부터 무릎 위쪽까지 천천히 움직인다.
​팁: 처음 하시는 사람들은 비명이 나올 만큼 아플 수 있다. 이때는 반대편 다리를 바닥에 지지해 체중을 분산시키며 강도를 조절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트레칭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정적 스트레칭은 몸이 충분히 데워진 러닝 직후나 잠들기 전 샤워 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차갑게 식어있는 근육을 갑자기 강하게 압박하면 오히려 미세한 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러닝은 신발 끈을 묶는 순간 시작되어, 스트레칭을 마치고 폼롤러에서 내려오는 순간 끝난다고 생각해 보자. 귀찮음을 이겨내고 매일 10분만 내 몸에 투자한다면, 어제보다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일의 도로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전 17화인천 국제 하프 마라톤 달려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