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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알면 영어가 더 깊어진다.

미국인이 답하고 싶은 질문하기

by 구르미


외국인들과 일할 때 처음에 제일 어색했던 점은 '인사'를 참 잘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친하지 않지만 지나가다 만나면 꼭 웃으며 "Hey, How are you?" 혹은 "Hey, How's it going?", "What's up?" 등 질문형 인사를 한다. 처음엔 한참 고민하다가 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웃고 손만 흔들고 지나친 적도 있었고, 어쩔 땐 미리 답을 준비해서 길게 답을 했다가, 오히려 상대방이 당황스러워할 때도 있었다.


알고 보니 저 질문은 꼭 어떤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Hi, Hello, Good morning처럼 인사말이었고, 나도 가볍게 "Good~, you?" "So far so good, how are you?" 이런 정도로 답하고 상대방도 "Good, Have a nice day!" 이런 식으로 짧게 답하고 끝나는 게 '국룰'이었다.


그냥 우리나라처럼, '안녕하세요.' 하면 될 걸 (사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아침'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이긴 하니 ㅋㅋ) 굳이 저렇게 질문을 해야 할까 싶긴 했는데, 결국 그게 영미권의 문화다.


영어는 결국 영미권 사람들에게 말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고, 그들이 말하는 룰에 맞춰서 해야 단순히 번역기스러운 '영어'가 아니라 '언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특히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은 다르다. 단순히 문법과 단어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해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미국을 잘 이해하면 그들의 일상, 문화, 정치적 성향, 생활 방식 등에 맞는 대화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영어 실력도 더욱 자연스럽고 풍부해진다. 결국은 미국에 관심을 가지고 미국인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늘겠지만, 일단 준비운동을 해야 뭐라도 시작할 수 있으니 간단한 예시를 준비했다.


1. 미국의 기념일과 시즌별 대화 주제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명절도 있고, 국가적인 이벤트가 있는 날도 있다. 미국인, 특히 고객처럼 내가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하고, 얻어내야 할 게 있을 경우엔 난 꼭 미국 달력을 본다. 그날에 맞는 이야기를 먼저 던지면 대화가 훨씬 더 부드러워진다. 매번 오늘 날씨 어떠니라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몇 월 며칠이 아닌 몇 월 몇째 주 무슨 요일

미국은 특정 날짜가 기념일이 날도 많지만 (ex. 크리스마스) 날짜가 아닌 요일을 기념으로 한 날도 많다. 우리처럼 새해 시작을 기념해 달력을 보고 설날/추석이 무슨 요일인지 보고 황금연휴인지, 망한 연휴인지 보는 재미가 조금 덜하긴 하지만, 사실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GPT의 도움을 받아 요일이 기념일인 날을 정리해 봤으니 참고해 보자.

표로 만들었지만 첨부가 안 되어 화면 캡처로 올림 (내용 GPT, 작성 본인)


미국의 가장 큰 명절, 추수감사절 (Thanks Giving Day, 11월 4번째 목요일)

추수감사절은 누가 뭐래도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이다. 원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인들이 미국 대륙으로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주한 후 원주민(인디언)의 도움을 받아 첫 수확을 한 것을 기념하여 신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원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명절로 가족끼리 모여서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금-토-일 4일 연휴를 쉰다. 목요일에는 보통 가족들과 만나서 식사를 하고, 금요일은 대부분 들어봤을 Black Friday로 미국의 가장 유명한 세일 기간이다.


그래서 11월 말에 미국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Small talk을 해보면 어떨까?


"What are your plans for Thanksgiving?" (추수감사절에 무엇을 하실 건가요?)

"Will you be spending time with family?"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실 건가요?)

"Who's in charge of the turkey this year?" (올해 칠면조 요리는 누가 담당하나요?)

"Are you planning to do any Black Friday shopping?"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계획 있으세요?)


단, 일로 만난 사이나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개인적인 질문보다는 가벼운 질문이 좋다. 예를 들어, "너희 가족들은 이번에 다 모이니?" 이런 질문은 상대방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TMI. 다들 알겠지만, 당시 도와줬던 원주민들을 개척시대에 모조리 밀어내 외딴곳으로 보냈다. 누구 덕에 살았는데, 선의로 도움을 준 원주민 입장에선 참으로 씁쓸한 휴일일 것 같다.)


한해 마지막 날, New year's EVE (12월 31일)

미국과 한국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미국은 새해 전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는 것이 큰 전통이나 미국은 새해 전날에 같이 타임스퀘어에서 하는 카운트다운을 보거나 새해를 맞이하여 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고 새해 첫날은 보통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새해에도 늦잠을 자면 엄마에게 등짝을 맞곤 하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문화다.


그래서 보통 이렇게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What are your plans for New Year's Eve?" (새해 전날 밤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이렇게도 질문해도 좋을 것 같다.

"How do you usually celebrate New Year's Eve?" (새해 전날 밤 보통 뭐 해?)


특히 저 질문이 좋은 이유는, 미국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는 Melting pot이다. 그래서 출신에 따라 가족마다 조금 다른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럽, 특히 스페인 출신이라면 1월 1일이 되는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포도알을 하나씩 입에 넣고, 12번의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12개의 포도알을 모두 먹고 소원을 빈다. 미국인처럼 보여도 엄마나 아빠가 유럽계라면 가족마다 다른 풍습이 있을 수 있으니 물어보면 좋다.


물론, 새해 다짐은 흔한 대화 주제이므로, 가볍게 물어볼 수 있다.

"Do you have any New Year's resolutions/bucket list?" (새해 다짐은 있으세요?)


독립기념일(7월 4일)

미국 특유의 미국뽕에 가득 차는 독립기념일도 미국의 큰 휴일 중 하나이다. 이 날을 즈음하여 개봉하는 미국뽕이 가득한 영화는 거대한 자본으로 멋진 그래픽이 볼만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오글거리는 경우가 많다. 인디펜던스 데이나 트랜스포머, 진주만 등을 생각해 보라.


어쨌든, 독립기념일은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을 기념하는 날로 한 해 중 가장 성대하게 불꽃놀이를 하고, 가족끼리 바비큐를 보통 해 먹는다. 그에 맞춰 이렇게 물어보면 좋을 것이다.


Are you going to see any fireworks? (불꽃놀이 보러 갈 거야?)

Are you planning a barbecue for the Fourth of July? (독립기념일에 바비큐 파티 계획 있으세요?)


미국인들은 독립기념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므로, 그들의 애국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약간 나이가 있는 상대방이라면 역사적인 배경도 알고 있으면 좋다.


슈퍼볼 시즌(2월 초)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미국 전 국민의 인기스포츠는 NFL(미식축구)이고 2월 초에 진행되는 결승전은 스포츠팬을 떠나 미국 전역의 축제 기간이다. 어느 팀을 응원하냐라고만 물어봐도 한바탕 이어지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중간에 진행되는 하프타임 쑈나, 막대한 광고비가 들어가는 중간 광고에 대해서도 한번 질문을 던지면 흥분하여 답을 해줄 것이다.


이 정도로 간단하게만 물어봐도 된다.

Are you planning to watch the Super Bowl? (슈퍼볼 볼 예정이에요?)

Which team are you rooting for? (어느 팀 응원하세요?)

Did you see who's performing at the halftime show this year? (올해 하프타임에 누가 공연하는지 알아?)


개인적으로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듣고 싶을 만한, 흥미가 있는 대화를 해야 좋은 대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기장에 쓰고, 가급적 나만 아는 주제는 다음으로 미루자. 이는 미국인과 대화할 때도 그렇고 한국인과 대화할 때도 그렇다. 늙을수록 말이 많아지는데, 나만 좋아하는 주제로 말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조심하자.


2. 지역별 특성과 정치적 성향


미국은 지역에 따라 문화적 차이가 크며, 정치 성향도 뚜렷하게 나뉜다. 이를 이해하면 조심해야 할 주제와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달라진다.


서부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등)

민주당 지지자가 많고 환경 문제, 기술 산업, 다양성을 중시한다. 특히 할리우드,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쪽은 문화적, 경제적으로 색이 더 강한 경우가 많다.


너희 동네에는 테슬라가 많이 보여? 전기차 충전소가 많아?

요즘 AI 스타트업은 어때? 아직도 핫하니?


남부 (텍사스, 조지아, 플로리다 등)

납부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총기 소유나 자율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텍사스는 남한 면적의 7배고, 넓은 부지에서 기업식 농업과 낙농업이 발달했고, 회사 유치도 적극적이기 때문에 경제 자치도가 높아 하나의 다른 나라 느낌도 든다. 그래서 자부심도 세고 성향도 더 강하다.


넌 어떤 차 운전해? 너도 픽업트럭 모니?

거긴 다들 총기 면허 가지고 있지? 너도 총 있어?


동부 (뉴욕, 매사추세츠 등)

금융, 교육, 문화 중심지로 진보적인 성향이지만 다양성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뉴욕은 캘리포니아만큼이나 다양성을 중요시한다. 뉴욕만 봐도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격차를 생각해 보면 그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또한 도심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동시이니 그에 맞는 질문을 해보자.


아침에 지하철에 사람 많지? 그래도 차로 출퇴근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하버드 가려면 얼마나 공부해야 해? 진짜 경쟁이 심하지?


3.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실용적인 대화 주제


미국인은 한국보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고, 쇼핑 패턴도 다르다. 예를 들면 미국은 16살부터 운전이 가능하고 대부분 학생 때 운전면허를 딴다. 왜냐면 땅이 너무 넓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이 제약된다. 또한 쇼핑도 워낙 사는 곳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형 마트를 위해 한 시간 운전은 우습다. 이런 것에 맞춰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좋다.


넌 몇 살 때부터 운전했어?

출퇴근 시간에 차 막히는 거 힘들지 않아?

보통 몇 주에 한 번씩 마트에 가?

아마존에서 자주 주문해?

다운 타운에 살면 월세 엄청 비싸겠다, 얼마나 해?

미국은 Lent가 많아 아니면 집을 사려고 해?


이런 질문들은 단순한 Small Talk을 넘어, 상대방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는 진지한 대화로 발전할 수 있다.


4. 미국의 문화적 특징과 감정 표현 방식


미국인은 대화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며, 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사용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프렌즈' 드라마에서 보던 과한 리액션이 실제라고 생각하면 좋다. 미국인들은 칭찬이 일상이다. 어떻게 그렇게 까지 반응해 주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여간하면 그런 표현을 안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색하지만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칭찬을 적극적으로 하기

"너 오늘 셔츠 진짜 멋지다!"

"너 발표할 때 정말 자신감 넘쳐 보여서 인상적이었어."


의견을 묻고, 공감하는 표현 사용하기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는 질문)

“그거 정말 힘들었겠어.” (공감 표현)


미국식 유머와 농담 이해하기

미국인들은 자주 자기 비하 개그를 하거나, 상황을 과장해서 말하는 유머를 사용한다. 그래서 토크쇼를 보다 보면 저게 웃긴가 싶은 과장하는 표현 들에 웃음을 터트린다.


“I’m running on coffee and bad decisions.” (커피랑 나쁜 선택으로 하루 버티고 있어.)


이러한 표현을 익히면, 단순히 문법적으로 정확한 영어가 아니라 더 자연스럽고 친근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5. 미국인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전략


단순히 “How are you?”에서 끝나는 대화가 아니라, 상대방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Follow-up 질문하기

“요즘 바빠?” → “무슨 프로젝트하고 있어?”

“주말에 뭐 했어?” → “그 카페 어땠어? 추천할 만해?”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도 공유하기

“그거 나도 비슷한 경험 있어!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해결했었어.”


문화 차이를 존중하고 배우려는 태도 보이기

“미국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보통 어떻게 해?”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데, 미국에서는 어때?”


이렇게 대화를 이어 나가면, 상대방이 ‘이 사람이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나와 진짜로 대화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화는 ‘소통’이다.



상대방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단순한 언어 교환이 아니라 진짜 대화가 가능해진다.


미국을 잘 아는 것은 단순한 배경지식이 아니라, 더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영어 대화를 만드는 핵심 요소다. 이제 영어를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대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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