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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관문, 5km 달리기

달리기는 나와의 싸움

by 구르미

처음에는 근육에 아무런 피로가 없기 때문에 쌩으로 달릴 수 있었지만, 하루 쉬고 달리려고 하니 뭔가 다리가 무거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쭉 이어서 달려보고 싶었기 때문에 괜한 긴장감이 들었다.


처음 3분은 7 정도로 놓고 파워워킹으로 걷고 그 이후부터 9로 쭉 달려봤다. 한 2킬로가 지나니 종아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3킬로가 가까워지니 엉덩이 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아직 초심자니 무리하지 않기 위해 여기까지만 할까?'

'인터벌이 효과가 좋다던데, 속도를 조금 줄여볼까?'

'왜 이렇게 지루하지? 이건 힘들어서가 아니라 지루해서 그만하는 거야. 그만할까?'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어떻게든 그만 뛰거나 천천히 뛰려는 이유를 찾는 거였다. 근데 사실 뛰기 전에 목표가 있었다. 같은 속도로 끝까지 뛰기.


이건 내가 목표로 세웠던 10km 마라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동일한 속도로 가보기.


10분이 지나면서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고, 수건으로 닦아도 금방 다시 났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되니 그냥 땀은 알아서 떨어지겠지 하며 무시하고 뛰었다. 눈으로 들어가는 땀도 신경 쓰여서 눈도 반쯤 감고 거의 잠자며 뛰듯 달렸다.


최대한 무아지경 상태로 뛰려고 모니터에 뭔갈 틀어놓지도 않았고 심지어 음악도 잘 모르는 음악으로 틀었다. 그냥 달렸다. 일부러 거리랑 시간도 안 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4킬로가 넘었다.


속도를 올려 12로 해서 남은 1킬로를 전력질주 했다. 그렇게 첫 번째 5km는 33분에 끝냈다. 사실 조금 기운이 남아 9로 조금 더 뛰다가 6km를 달리고 멈췄다.


'해냈다.'


신기하게도 달린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항상 처음 1~2킬로가 가장 힘들다. 꼭 어디가 아픈 거 같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왜 해야 하나 현타도 오고 그런다. 근데 딱 그 시점인 것 같다. 그때만 넘기면 평온해진다.


아직도 처음 목표했던 것처럼 매일 뛸 때 힘들어도 동일한 속도로 5km는 뛰려고 하고 있다. 5km를 넘을 때 힘든 걸 생각하면 과연 10km는 달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를 채우다 보면 10km도 달릴 수 있겠지.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며, 오늘도 이따가 달릴 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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