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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드밀 vs 트랙, 어디서 달릴까?

by 구르미

팀원들과 점심을 먹던 중 요즘 러닝이 유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라톤 대회 접수가 콘서트 티켓팅 수준이라 대회에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말을 들으며, 나도 언젠가 마라톤에 나가볼 수 있을까 상상해 봤다.
대화에 끼고 싶은 마음에 "나도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은 꾸준히 타고 있어"라고 말하자, 달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후배가 웃으며 말했다.


“르미님, 트레드밀도 좋지만 마라톤 나가시려면 밖에서 뛰셔야 해요. 트레드밀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위로 뛰는 거라 쓰는 근육이 달라요.”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왠지 그럴듯했다. 트레드밀은 계속 돌아가고 있고, 나는 그 위에서 앞으로 가기보단 위로 튕기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주말, 정말 오랜만에 공원에 나가 달려보기로 했다. 젊을 적엔 트랙 운동장에서 가끔 인터벌 러닝을 하곤 했지만, 금세 지쳐 걷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결국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트레드밀에서 5km는 거뜬하게 뛰는데, 야외라고 뭐가 다르겠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뛰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관지가 따갑게 아파오기 시작했고, 2km쯤 달리자 너무 힘들어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겨우 5km를 채우고 돌아왔다. 괜히 오기가 생겨 그 뒤로 격일로 새벽마다 나가서 달렸고, 세 번째쯤 되었을 때 드디어 5km를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 그날은 기분이 너무 좋아 평소 잘 안 쓰던 운동 앱에 '쉬지 않고 야외 5km 달리기 성공'이라고 메모까지 남겼다.


실내 러닝 vs 실외 러닝


확실히 실내에서 하는 트레드밀과 야외 트랙이나 포장된 길을 달리는 것은 달랐다.

어떤 건 실내가 좋기도 했고, 어떤 건 실외가 좋기도 했다.


1. 땀의 질감이 다르다
헬스장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수건으로 닦는 것도 한두 번, 40분쯤 달리고 나면 작은 수건은 이미 흠뻑 젖고 상의도 땀에 절여진다. 반면 야외에선 바람도 불고 땀이 금방 마르다 보니 덜 번거롭다. 실내는 사우나에서 운동하는 느낌이라면, 실외는 등산 후 땀이 마른 느낌에 가깝다. 피부는 확실히 실내에서 뛸 때가 더 좋아지는 듯하다.


2. 얼굴색이 달라진다
야외에서는 해를 맞으며 달리다 보니 얼굴이 금세 탄다. 선크림을 매번 바르기 귀찮아 미루다 보면 어느새 목이며 얼굴이 얼룩덜룩하게 타 있다. 아들램이 "아빠, 더 늙어 보여"라며 선크림을 바르라고 할 정도니, 다음엔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뻔한 재방송이냐 다채로운 자연이냐
실내에서는 아무리 TV를 틀어놔도 뻔한 방송과 지겨운 광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야외에서는 계절 따라 바뀌는 자연이 최고의 콘텐츠다. 꽃과 나무, 스쳐가는 바람, 가끔 마주치는 고양이까지.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은 볼거리가 많아 시간도 금세 간다.


4. 발과 무릎의 부담이 다르다
트레드밀은 평탄한 바닥에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반면 야외는 예상치 못한 돌멩이, 울퉁불퉁한 길, 내리막길 등이 있어 발목과 무릎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이런 변수가 있는 게 또 달리기의 매력 아닐까 싶다.


5. 페이스 조절의 난이도
실내에서는 정해진 속도에 맞춰 달리기 때문에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쉽다. 반면 야외는 자신의 의지와 체력만으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다 보니, 무심코 느려지거나 오히려 과하게 빨라지기도 한다. 간혹 옆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러너에게 괜히 자극받아 속도를 올리기도 한다.


어디서든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마라톤이란 목표를 위해선 야외 트랙을 더 많이 달려야 하는 건 맞지만, 퇴근 후 바로 헬스장에 가서 제공해 주는 운동복을 입고 의식을 거의 놓고 쳇바퀴처럼 달리고 땀 실컷 흘리고 그대로 샤워하고 집으로 가서 간단히 단백질 음료나 샐러드를 먹고 자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야외에서 뛰었다면 운동복을 챙겨 입고, 어두울 때면 바닥도 신경 써야 하고, 물통을 따로 챙겨가거나 오는 길에 편의점을 들려야 하고 핸드폰은 또 어디에 들고 갈 것이며... 특히 여름의 그 더위를 맞으며 달리는 건 자신이 없다.

일단 어디서든 달리는 게 중요하다. 달력에 빼곡히 표시된 운동 이력을 보며 왠지 뿌듯함을 느낀다.



그럼 트레드밀 vs. 트랙, 어디서 달릴까?


달리기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어디서 달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실내의 트레드밀과 야외의 트랙은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다. 목적에 따라 달리기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 조절이 목표라면, 트레드밀이 유리하다.

트레드밀은 날씨와 관계없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속도와 경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체중 감량을 위한 유산소 운동에 적합하다. 일정한 환경에서 목표 심박수에 도달하도록 설정해 두고 운동하면, 체계적인 체중 관리가 가능하다. 관절에 무리가 덜한 쿠션 기능도 장점 중 하나다.


기록 향상이 목표라면, 트랙이 적합하다.

경기 기록이나 페이스 조절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실제 트랙에서 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바람과 지면의 반발력, 기온, 코너 등의 변수를 경험하는 것이 실제 경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심리적인 몰입감도 더 크다. 땅을 디딜 때의 감각이나 몸의 반응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어, 달리기 자세나 리듬 조절에도 이점이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여러 가능성을 경험해 보는 것.

트레드밀과 트랙은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나를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적과 컨디션에 맞춰 다양한 환경을 경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내외 환경이 주는 자극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운동은 단지 반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고민한다. 트레드밀 위일까, 푸른 트랙 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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