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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러닝 루틴 만들기

어떻게 몸을 풀고, 어디서 무엇을 들으며 뛰고, 어떻게 몸을 풀어줄까?

by 구르미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계획적으로 움직이기보다, 그냥 되는 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즉흥적인 선택에서 오는 스릴을 즐기기보다는, 애초에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에 의욕이 필요한데, 그 의욕이 조금씩 둔화된 것 같다.


예전에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반백 살을 앞두고 나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게으름이 뼛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러닝은 좀 다르다. 내가 아직 잘 모르는 분야이고, 무엇보다 아직은 의욕이 넘친다. 그래서 루틴을 짜고, 그 루틴을 지키면서 달려보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다치지 않고 오래 달리고 싶어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언젠가 마라톤에 도전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간 러닝을 하다 보니 나만의 루틴이 만들어졌다. 내 경우가 혹시 누군가 러닝 루틴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루틴은 기록 단축보다는 꾸준함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록을 줄이고 싶다면 또 다른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1. 몸풀기는 '맨손 필라테스'


보통 몸풀기를 할 때 가볍게 목 - 어깨 - 허리 - 골반 - 무릎 - 발목 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스트레칭을 짧게 진행하고 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몸풀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어딘가 아프다. 그래서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달릴 때에는 간단한 스트레칭보다는 맨손 필라테스를 한다.


필라테스는 속에 있는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 근육들이 러닝 자세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근육이 **복횡근(Transverse Abdominal Muscle)**이다.

복횡근은 복부 깊숙한 곳에 있는 코어 근육으로, 자세를 잡고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자세가 무너지기 쉽고, 흔히 말하는 '아저씨 배', '올챙이 배'처럼 아랫배가 축 늘어지기 쉽다. 단순히 체지방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Transverse_abdominal_muscle

이 외에도 여러 코어 근육을 고루 활성화해 주는 게 중요하다. 필라테스 루틴을 직접 만들어도 좋고, 영상 그대로 따라 해도 무방한데, 개인적으로는 유튜브에 있는 20~30분짜리 필라테스 영상을 따라 하는 걸 추천한다. 무한 유튜버 시대이기 때문에 우수한 필라테스 강사에게 1:1로 수업받는 느낌으로 할 수 있다.


다만 헬스장에서 필라테스를 할 때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시선이 느껴지더라도 모른 척, 내 할 운동을 하자.


2. 빠른 걷기 - 가볍게 달리기 - 목표 속도로 길게 달리기 - 빠르게 달리기 - 가볍게 달리기 - 빠른 걷기


짧은 시간과 노력 대비 최대 운동량을 위해 인터벌 달리기가 효과적이라는 말도 많지만, 마라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나는 지속적으로 오래 달리는 루틴을 선호한다. 대신 처음부터 속도를 올리지 않고, 충분히 몸을 덥힌 후 속도를 올려준다. 아무리 필라테스로 근육을 깨웠다고 해도, 달리기는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내 트레드밀 루틴은 다음과 같다:


7km/h 5분 - 8km/h 10분 - 10km/h 20분 - 8km/h 5분 - 7km/h 10분


이렇게 50분 달리는 걸 기본 루틴으로 한다. 그럼 거리로는 7km 정도 된다. 원래는 동일한 50분으로 아래처럼 뛰었었는데,


7km/h 5분 - 8km/h 5분 - 10km/h 15분 - 12km 10분 - 8km/h 5분 - 7km/h 10분


한번 오른쪽 무릎이 아프고 난 후에는 가급적 무리 않고 꾸준히 달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속도를 조절했다.


가벼운 달리기 시간을 늘린 것도 무릎에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다. 결국 빠르게 반짝 달리는 것보다 난 오래오래 달리기를 하고 싶으니 별 수 없지.


3. 달릴 때 비트가 빠른 음악 보단 오디오북을 듣기


50분을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참 지루하다. 어떤 이는 앞에 있는 화면을 보고 달리는 이도 있는데, 그럼 자세를 보기 어렵고 생각을 거기에 쏟으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그래서 난 영상은 안보며 달린다.

그렇다고 듣는 것까지 안 하고 달리기엔 심심하니 난 오디오북을 듣는다. 혹자는 러닝 플레이리스트니 비트가 빠른 음악을 골라서 듣는다고 하고, Rocky 영화 주제곡처럼 인스퍼레이셔널(inspirational) 장르의 음악이 의지를 더 고취시켜 준다고 하는데, 난 심박수를 낮추는 데에 더 관심이 많아서 비트 있는 음악보다는 오디오북을 좋아한다. 동일한 속도로 간다면 심박수가 낮은 게 체력소모가 더 적을 테니까.

그리고 오디오북이 좋은 이유는 재밌기 때문이다. 성우의 연기를 듣다 보면 책의 상황이 머리에 그려지고 그에 심취하면 마치 내가 책 속의 세상에서 뛰는 느낌이 든다. 러닝 때 꾸준히 듣다 보니 벌써 다 읽은 책이 꽤 된다. 만약 종이책이었으면 이 정도로 꾸준히 시간을 내서 읽긴 쉽지 않았을 것.


4. 달리기 후 근력운동


달리기 후 몸에 열이 남아 있을 때 햄스트링 위주의 근력운동을 해준다. 달리면서도 근육이 발달하지만, 근육을 제대로 발달시키려면 별도로 운동을 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도구를 사용하기보다는 맨손으로 하는 걸 좋아해 햄스트링 단련을 위해 걸으면서 런지를 해준다. 확실히 근력운동을 잘하면 달릴 때 덜 힘들다. 약 4~50m 정도 런지를 한 후 마무리 한다.


5. 폼롤러로 땀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근육 풀어주기


런지 이후 그대로 찬물로 샤워한다고 해도 샤워 후에도 땀이 줄줄 흘러서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달리기 후에 꼭 땀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폼롤러로 근육을 풀어준다. 발바닥을 폼롤러 위에서 굴리고, 종아리 - 허벅지 - 엉덩이 - 허리 - 등 - 목까지 천천히 근육 구석구석을 폼롤러로 풀어주고 코어를 쓰는 필라테스 자세도 폼롤러 위에서 해준다. 그렇게 20분 정도 하면 땀도 다 식고 몸도 개운해진다. 근육을 제대로 풀어주지 않으면 다음날이 너무 힘들다. 꼭 근육을 풀어줘서 오래 달리는데 도움을 주자.



누구나 각자의 러닝 루틴이 있겠지만, 나는 ‘꾸준함과 무리하지 않음’에 초점을 맞춘다. 건강하게 오래 달리려면 욕심내지 말고, 계획을 세워서, 천천히 내 몸의 리듬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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