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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게 무릎 부상 이겨내기

무릎이 아픈 건 무릎 때문이 아니다

by 구르미

러너에게 관절 부상, 그중에서도 무릎 부상은 아주 흔한 부상이다. 나도 3개월쯤 지나서 며칠을 연이어 달렸더니 무릎이 아파왔다.


평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10분 이상 달리기 시작하면 무릎이 슬슬 아려왔다. 그 통증이 심하진 않았지만 이러다가 비 올 때마다 무릎을 만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2주를 쉬어보기도 했다. 쉬고 나니 좀 나아지는 듯싶었는데 며칠 더 달리다 보니 큰 차이는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주변 러너들에게 물어봤다. 이들의 대답은,


A: "너 무릎 보호대 안 하니? 난 항상 하는데, 너도 해봐. 나이 들면 그거 꼭 해야겠더라고."

B: "그거 근육이 발달하는 거야. 무시하고 더 달리면 나아질 거야. 근육 단련이라고 생각해."

C: "그냥 너랑 러닝이 안 맞는 거야. 나중에 고생하기 싫으면 러닝 이제 그만해."

D: "정형외과나 한의원 가보는 건 어때? 그래도 미리 치료받는 게 좋지 않겠니?"


다들 내가 아픈 거에 뭔 관심들이 많은지 쉬지 않고 조언을 쏟아냈다. 러닝을 멈추기는 싫고, 그렇다고 무식하게 달리다가 아프기는 싫고, 다행히 회사에 근골격 클리닉이 있어서 거기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무릎이 아픈 건 무릎 때문이 아닙니다.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다리를 이리저리 들어보고 버텨보라고 하고 하더니 갑자기 종아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난 분명 무릎이 아파서 왔는데 왜 종아리를 마사지하지? 궁금하여 물어봤다.


"전, 무릎이 아파서 왔는데요."

"무릎은 관절 위에 떠 있는 뼈예요. 무릎은 이 뼈 하나라기보다는 다리 전체라고 보시는 게 맞아요. 아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무릎이 아픈 이유는 무릎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 중에 일부가 경직되어 무릎뼈를 한쪽으로 밀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 근육의 긴장도를 낮춰주는 게 필요합니다."


아, 뭔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 듯 놀라웠다.

물리치료사님은 다리 바깥쪽에 위치한 '장경 인대'가 경직되어 있어서 무릎을 밀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장경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4주간 물리치료와 재활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무릎 통증을 벗어나기 위한 근골격 치료의 기록은 별도로 티스토리에 개제했다.

https://nemoz.tistory.com/m/21

https://nemoz.tistory.com/m/22

https://nemoz.tistory.com/m/27

https://nemoz.tistory.com/m/28

전강이 근육, 대퇴근막장근, 종아리 근육 등 여러 부위를 4주간 풀어주고 스트레칭 훈련을 하다 보니 확실히 달릴 때 통증은 줄었다. 하지만 완전히 통증이 사라지진 않았다. 물리치료사님도 몸의 밸런스를 찾아야 하는 거라 꾸준히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몸의 균형이 맞아야 무릎이 아프지 않다.


한 달간의 치료 끝에 얻은 결론은, 무릎이 아픈 건 결국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란 것이다. 모든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하고, 특정 뼈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N극과 S극처럼 상호보완적인 2개 이상의 근육이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 한쪽이 과도하게 수축되거나 이완되면 한쪽이 무리하게 되고 결국 통증을 유발한다.


내 무릎의 경우 종아리 근육이 상대적으로 정강이 근육보다 덜 이완되어 발목이 덜 꺾였었고, 그 이유로 무릎이 아래로 밀려가서 통증이 발생하고 있었고, 부가적으로 오른쪽 발목이 바깥쪽으로 잘 움직이지 않아서 무릎이 틀어졌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아프지 않으려면 달릴 때 몸의 균형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어딘가 아프다면 내 자세가 어딘가 잘 못 된 것이고, 특정 근육이 뭉친다면 제대로 달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작정 달릴게 아니라 항상 몸을 살펴보고 느껴보자.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달릴 수 있을까?


마지막 치료에서 물리치료사님께서 자기도 러닝을 즐긴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기도 즐기는 입장이라 달리는 모습을 보고 수정해 줄 순 없는데, 자기가 달릴 때 신경 쓰는 습관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1. 엄지발가락으로 땅을 박차고 나가기

생각 없이 걷거나 달리다 보면 엄지발가락이 아닌 새끼발가락 쪽으로 슬쩍 힘을 빼고 발이 떠진다. 즉, 발 뒤꿈치 - 발바닥에서 다리가 뜬다. 그럼 다리를 들어주는 안쪽 허벅지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이럴 경우 안쪽 허벅지에도 부담이 가고 덜 효율적으로 달리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엄지발가락을 신경 쓰며 엄지발가락으로 땅을 박차고 나간다고 생각하고 걸은 후 누워서 다리의 가동성을 테스트해봤을 때 더 잘 올라갔다. 그 근육이 깨어났다는 뜻이다.

그래서 달릴 때 항상 엄지발가락으로 땅을 박차는지 그 느낌을 떠올려 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2. 뛰는 간격 (Cadence)를 더 짧게 하기

땅에 닿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릎과 관절의 부담은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잰걸음을 하는 것처럼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을 짧게 가져가야 한다고 한다. 러닝에서는 이를 Cadence라고 하고 분당 걸음수를 의미한다. 170 이상을 유지하라고 하니 나중에 나도 한번 테스트해봐야겠다. 추진력을 생각해서 보폭을 넓게 달려보던 적도 있었는데, 이게 무릎에는 더 안 좋은 것이었다.


3. 리기 전 충분히 스트레칭해주기

내 경우에는 오른 발목의 바깥 방향으로 회전이 안쪽 대비 안 좋기 때문에 달리기 전에 꼭 이와 연결된 종아리 스트레칭을 잘해줘야 한다고 했다. 러닝은 결국 균형이 맞아야 오래 달리는 것이라 미리 풀어줘서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어딘가 아프면 멈춰야 하는 게 아니고 내가 세운 규칙을 다시 생각해 보고, 더 정확하게 뛰려고 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그리고 당신이 운동하려는 이유는 대회에서 수상하려는 이유가 아니라 건강하려고, 나중에 아프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달리면서 아프지 않기. 이건 내 자신을 더 잘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어딘가 아프다면 꼭 전문가를 찾아가 볼 것을 추천하고, 달릴 때 내 몸의 신호를 잘 읽으려고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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