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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나에게 생소했던 단어, 러닝

40대가 되어서야 '뛰어'보고서

by 구르미
7979서울 러닝 크루 (서울시 제공)

뉴스든 예능이든, 인스타든… 요즘은 러닝이 대세인 듯하다. 어차피 유행이라는 게 늘 그렇듯, 러닝도 언젠간 사그라들겠지. 코로나 시절 자전거와 골프가 흥했지만 지금은 시들해졌고, 그즈음 한창 인기였던 테니스도 요즘은 주변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 러닝도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며,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다.


물론 해보고 싶었던 적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신혼여행으로 갔던 뉴욕 맨해튼에서의 한 장면이다. 점심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이 다른 이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숏팬츠에 민소매 차림으로 거리 곳곳을 뛰고 있었다.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즐거워 보였다. 나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나는 달리기와 친하지 않았다. 국민학교 운동회에서는 학용품 하나 타본 적이 없고, 체력이 좋았던 중학교 시절에도 100미터를 16초 정도에 뛴 기억이 어렴풋하다. 오래 달리기는 군대에서나 했었고, 헬스장에서는 달리기를 해봤자 10분이 고작이었다. 지루했고, 힘들었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 결국 지쳐 집에 오기 일쑤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일주일에 2~3번씩, 6~7킬로를 달리고 있다. 매일 뛰어볼까 하고 욕심내어 3일 연속 달렸다가 무릎이 아파본 뒤로는, 하루 뛰면 하루는 쉬는 식으로 조절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지리도 체력 없는 40대 아저씨가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쉬지 않고 달리기’가 가능해졌을까? 아마 달리기를 오래 해본 러너들에게는 우습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달리기를 멀게만 느꼈던 누군가에겐, 이 이야기가 작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전의 나처럼, 지금도 '운동은 나랑 안 맞아'라고 생각하며 쇼츠를 보다가, 넷플릭스를 보며 ‘나도 운동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몸을 한 번쯤 움직여볼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내 달리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아마 이 연재가 끝나도, 여전히 진행 중일 것이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달리고 싶다. 언젠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멈추는 날이 오겠지만, 그전까지는 땀 흘리며, 웃으며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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